백화점 봄 세일이 끝난 4월말, 업체마다 표정이 엇갈린다. 지난 해 보다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한 곳도 있고 더 좋은 실적을 올린 곳도 있다. 물론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소비자의 의식변화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스포티 캐주얼, 어트랙티브 캐주얼 등 특별한 색깔이 없는 유사한 브랜드의 범람으로 소비자들이 식상한 시장과 독특한 고유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의 차이가 확실히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F/W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보이 유통의 김남웅 사장을 만났다.
첫 질문으로 요즘 매출에 대해 물었더니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이다. 세일 이후의 일시적 현상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포츠 캐주얼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오히려 이런 위기를 루츠의 방향을 변화시킬 기회로 생각한다. 새로운 돌파구로 그가 찾은 것은 ‘오리지널로 돌아가는 것’이다.
최근 캐나다 본사에서 디자인 실장을 새로 영입한 것도 트래디셔널한 성격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다. 스포츠 캐주얼이라는 시장에 개척자로 나타난 루츠가 이번에는 트래디셔널을 가미한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려 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패션산업은 아무에게나 어울리지 않는,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에게 맞는 사업이다. 그러나 패션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상품의 퀄리티와 소비자에 대한 신뢰’라고 그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상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유행을 쫓아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패션산업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어떤 산업보다도 벤처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국내 패션시장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현재 국내 의류시장은 과거의 획일화된 시장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증가되었다. 한정된 시장에서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만큼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런데 아직 우리 업체들의 수준은 소비자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일본은 미국을 베끼는 현실에서 창조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다.
또 현재 국내 의류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자신과는 다른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이 창조성을 해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통해 자신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없고, 맹목적인 추종과 배척만이 있는 곳에서는 발전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강조하는 창조적인 사원은 자기 자신을 상품화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가 없으면 어떻게 고객을 상대할 수 있나? 발전을 위한 의견교환은 가능하지만 단지 비판만을 일삼는 것은 모두에게 해롭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계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만이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패션사업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유통’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김사장은 짧은 기간이지만 백화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유통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백화점과 노면점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백화점의 호황은 국민소득이 12,000~13,000 달러에 이를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등장한 대형 유통 중심 매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앞으로 이런 매장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후아유의 시도를 높이 산다.
“후아유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는 매장이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고객을 우선하는 새로운 매장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앞으로 유통의 열쇠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직접 해보고 싶지만 우리의 소싱력의 한계를 안다. 그러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품질을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격을 지금보다 올리더라도 더 좋은 품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고객을 생각하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면에서 루츠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장사는 잘 만들어서 잘 팔면 되는 것’이라는 기본은 잊어버리고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하면서도 판매할 때는 상품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루츠가 나가야 할 방향이다.”
1996년 2월에 런칭한 루츠는 지난해 68개의 매장에서 350억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60개(상설점 10개 포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포츠 캐주얼 시장의 선두 주자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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