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물산 박희규 사장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 4월 17일. 직원들끼리 모인 조촐한 자리였다. 이번에 새로 대표이사 직함을 달게된 박 사장은 취임사에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되자.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투명한 경영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형물산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조직을 개편하고 업계의 내노라하는 실력파들을 영입,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변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녀가 늘 얘기하는 뿌리라는 것. 근본이 있은 후에야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 흐름에, 혹은 패션 트렌드에 적합한 변신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식구들을 맞아도 절대 놓지 않는 ‘나만의 것’이 있다. 바로 ‘자연’이라는 테마다.
그녀가 만드는 모든 것들은 자연에서부터 출발한다.
전원풍이라는 뜻의 브랜드명(비꼴리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재, 컬러, 디자인, 스타일 등에서 자연은 옷을 탄생시키는 매개체다. 비꼴리끄를 런칭하기 전 전개했던 「쌍띠에」도 오솔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녀의 모든 말에는 자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어느 것 하나 이 부분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로 중요한 핵심이다. 트레디셔널은 보수적이라는 시각에 대한 견해에서도 그녀는 자연을 빼놓지 않는다.
“보수적이라는 평이 좋다 혹은 나쁘다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분명 보수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자연만큼 솔직한 게 없지 않은가. 분명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고 변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로 비꼴리끄의 근간을 이루는 자연이라는 테마가 절대 변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그럼 변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박 사장은 “사회 구조가 바뀌고 기업 문화가 바뀌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외부 인원을 보강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라고 말한다.
혹 일부에서 패션업도 사업이다. 너무 감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또한 그녀는 자신 있는 답을 내놓는다.
신형물산은 철저히 각각의 분야에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따르는 책임운영제를 실시한다. 그녀는 대표이기 이전에 30여년간 옷을 만들어 온 디자이너다. 그녀는 기획, 생산을 책임지고 나머지 분야는 각 파트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뭐든지 다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물론 경영자로서 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돌아오겠지만 과정은 각 팀장들의 몫이다.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경영자의 몫이다.”
이에 따라 신형물산은 대표, 전무, 상무, 이사 등으로 이뤄지는 종적 구조에 앞서 기획, 영업, 마케팅, 관리 등 각 분야별로 횡적 관계를 맺는다.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은 최종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이다.
“나의 1차 고객은 직원이다. 2차 고객은 판매사원, 실질적인 소비자는 3차 고객이다.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 또한 나를 포함한 임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과제다.”
각계에서 여성경제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는 반면 더욱 그러해야 할 패션업계에서는 여성 CEO들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패션사업은 여자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가? 라고 물었다.
“과거 힘으로 기업을 운영해 나가고 혹은 이 사회는 남성들의 소유물인 양 목소리를 높였을 때와는 시대가 다르다. 얼마나 많이 알고 사회의 변화를 탐지해내는가가 관건이다.”
박 사장은 보다 전문적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배우기 위해 요즘도 각종 경영수업에 참가한다는 솔직한 모습도 보여준다.
수익모델을 만들고 중장기적인 플랜을 구상하고...아무래도 대표라는 자리가 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자리 아닌가?
“음식집에 음식이 맛있어야지 마당 넓고 화장실 깨끗하다 해서 손님이 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마당도 넓고 화장실도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기본이 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일부 업체들을 보면 옷보다는 그 겉을 어떻게 포장하는가에만 무게 중심을 두는 것 같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경영자로서 당연히 어떻게 이익을 낼 것인가, 언제쯤 기업공개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연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은 옷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감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돈이라는 것은 나비와도 같아서 돈만 바라보고 달리면 계속 달아나게 마련이다. 핵심을 파악하고 그것에 심취하면 돈도 나비와 마찬가지로 어깨에 와서 앉게 될 것이다.”
박 사장은 누구와 대화를 해도 고등학교 동창과 담소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 직원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
김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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