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소비자가 거부감을 나타내더라도 때론 아주 끔찍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엄주명 사장은 지난 83년 조광무역에서 「리바이스」와 인연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캐주얼 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조광무역에서 한주통산으로, 다시 리바이스코리아로, 「리바이스」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그는 13년간 「리바이스」의 상품기획을 맡았다. 또 일경의 「게스」와도 3년간 인연을 갖는 등 그야말로 국내 캐주얼 시장의 산증인으로 손꼽힌다.
최근 위즈인터내셔널의 「디펄스」를 마지막으로 거치며 2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한 그는 지난달 카이클럽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올 가을엔 「카이」란 퓨전 스트리트 캐주얼을 출시한다.
경영자로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엄주명 사장을 만나 최근 캐주얼 시장에 대한 그의 시각과 그동안 여러 기업을 거치면서 느꼈던 점, 그리고 자신이 준비하는 브랜드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소비자들의 입맛은 다양한 문화와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의 옷을 원하고 있다. 특히 변화의 흐름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분명한 성격을 가진 브랜드를 좋은 브랜드로 유지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와 「닉스」 가운데 대부분 사람들은 「리바이스」를 최고의 청바지 브랜드라고 인정한다. 「리바이스」는 트렌드 반영과 매출 측면에서 특출하지는 않지만 늘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닉스」는 한때 최고의 청바지 브랜드라고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소비자들에게 청바지 브랜드로서의 인지도가 낮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리바이스」와 같이 롱런을 하면서 「닉스」와 같이 소비자를 감동시킨 브랜드를 한 번 만들고 싶다. 좋은 브랜드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근본 색깔은 유지하면서 소비자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주명 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캐주얼 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캐주얼 시장의 대표 브랜드의 예를 들어가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풀어갔다.
특히 엄 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는데 자기 색깔을 지켜야 하는 브랜드가 어떻게 그들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할 것인가? 등은 늘 고민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늘 다양화, 차별화, 변화, 부드러움, 건강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들은 현재 붐을 타고 있는 시장과 잘 팔리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관심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엄 사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 가운데 하나가 패션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산업도 미래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데 경영자들은 늘 현재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실무자들은 늘 판매율과 회전율에 매달려만 했다. 물론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이익 개념이 중요하고 나 자신도 판매율 90% 이상을 자랑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90% 이상의 판매율은 소비자들에게 청바지를 판매하기는 했지만 재미와 미래에 대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거부감을 나타내더라도 때론 아주 끔찍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물론 전체적인 컨셉과는 융화를 이뤄야 한다. 새로운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흥미와 거부감 외에도 새로운 후원자를 만날 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카이」는 ‘퓨전 컬쳐’를 표방하고 있다고 엄 사장은 언급했다.
「카이」는 진 캐주얼과 스포츠를 믹스한 「스포트리플레이」 이후의 퓨전 트렌드의 연결선상에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테크노와 자연친화적인 내추럴 요소, 편안한 캠퍼스룩에 어울리는 베이직 상품, 여성 캐릭터 브랜드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등을 혼합,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할 방침이다.
엄 사장은 “어떻게 보면 「카이」는 실패 확률이 90% 이상일수도 있다.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새로움도 따지고 보면 현재 소비자들이 접하고 있는 컨셉이고 제품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느낌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이」는 다음달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부산 광복동에 오픈하는 1호점은 의류 매장과 미용실을 복합으로 꾸며 ‘카이 스타일샵’을 표방하고 있으며 매장 상황에 따라 멀티미디어 게임방 등 젊은층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성할 방침이다.
엄 사장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카이클럽란 기업도 좋은 문화가 있는 기업으로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여년간 캐주얼 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엄주명 사장이 선보이게 될 「카이」와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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