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히피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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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0 오후 2:45:40

‘규칙을 깨고 자유로운 믹스&매치를 즐기자’는 보헤미안 풍 패션계의 공식이 거리를 화려하게 물들이는 가운데 자유분방한 플로럴 바람이 흥겨움을 더한다. 무질서할 정도로 다채로운 문화권과 소재, 패턴의 뒤섞임은 그 동안 패션계를 지배했던 ‘최소한 질서’마저도 경계를 허무는 듯 거의 무질서해 보일 정도다. 인디언 비드 장식과 중국 자수가 뒤섞인 이국적인 탑과 집시 풍 풀 스커트, 황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요란한 장식의 주얼 백, 여기에 주얼 장식 샌들까지 코디한 다문화적 옷차림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이 되었을 정도로 올 시즌, 거리는 무질서의 질서 속에 길들여지는 느낌이다. 

문화적 경계 허물기만이 새로운 패션 질서의 주도자가 아니다. 한 시즌 몇 개의 패턴이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대담하고 화려하고 다양한 패턴들이 상의와 하의, 핸드백과 슈즈까지 점령하며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하면서 규칙을 깨는 즐거움은 더욱 확대된다.

‘푸치(Pucci)’를 연상시키는 모던하고 기하학적인 그래픽 패턴부터 열대의 동식물을 대담하게 도안한 프린트, 리본이나 꽃 등 소녀적 이미지를 형상화한 프린트, 촌스럽기도 하고 깜찍하기도 한 페전트 꽃무늬는 풀 스커트부터 타이트한 여성적인 스커트, 심지어 카고 팬츠나 크롭드 팬츠까지 공존하고 요란한 프린트 바탕에 비드와 주얼 장식이 달린 탑까지 등장하면서 가히 스타일과 프린트가 자유를 외치고 다니는 듯하다.

벨트라고 얌전히 있을 리 만무하다. 지난 시즌 화려한 스팽글로 모양을 냈던 벨트는 올 시즌 다양한 소재에 비드, 터키석, 메틀 장식이 가미되어 화려해진 옷차림에 더욱 화려해진 모습으로 악센트를 더한다. 신발 또한 버켄스탁부터 플립플랍, 웨지힐까지 화려한 프린트와 주얼 장식이 더해져 단색이 주도하던 기존의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한다. 여기에 차브를 연상시키는 커다랗고 번쩍이는 후프 이어링까지 곁들이면 다문화적이고, 다패턴적이고,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문자 그대로 자유롭고 폭발적인 올 시즌 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다.


반항에서 자유의 미학으로
이런 현상은 지난 1960∼1970년대 젊은 층을 매료시켰던 히피 문화를 연상시키지만 히피가 마약과 록 음악, 동양의 철학이 뒤섞여 기존의 사회적 시스템에 반항하는 일종의 사회운동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의 현상은 스타일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표출하는 패션 현상으로 럭셔리 디자이너까지 참여하는 ‘스타일 즐기기’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이 있다. 또한 프린트와 컬러, 화려한 장식이 뒤섞이지만 세련미를 유지하는 정도를 지킨다는 점에서 뛰어난 패션 감각이 있어야만 다문화적 믹스&매치를 따라갈 수 있는 까다로움도 있다.

그러나 히피가 보헤미안 트렌드를 대중화한 시발점이었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 올 시즌 화려하게 주목받는 플라워 패턴 또한 평화를 사랑했던 히피 문화를 바탕에 두었다는 데도 별다른 이의는 없다. 그렇다면 왜 하필 1960∼1970년대에 히피 문화가 확장되었고 보헤미안 하면 히피를 연상하게 만드는 공식이 생겼을까?

1960∼1970년대는 서구인들이 처음 서구 중심의 생각에서 벗어나 동양을 바라보게 된 시점이다. 풍부한 경제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자라난 세대들은 동양과 타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물질주의적 서구 사회에 대한 반성이 처음 드러난 시대. 히피가 동양 의상에서 파생된 튜닉이나 비드 장식 탑에 서구의 상징인 청바지를 걸치며 문화적 믹싱을 시작한 것은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심인 동시에 기존질서와 다른 새로움을 찾기 위한 방안이었다.

특히 다른 문화권의 의상을 서로 뒤섞는 것은 ‘지구촌’이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장치였던 셈. 실제로 1960년대는 처음 ‘지구촌(Global Village)’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타문화에 대한 존중심이 생기기도 한 시점이라서 에스닉한 아이템을 자유롭게 섞은 믹스&매치 스타일은 곧 시스템과 문화적 경계를 넘는 ‘자유’ 그 자체를 상징했다.

보보스에 이어 보호 시크로 발전
반면 최근의 보헤미안 스타일은 패션계의 표현대로 ‘럭셔리 보헤미안’이다. 다양한 문화권과 패턴을 뒤섞는 믹스&매치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보다 스타일리시하고, 럭셔리 디자이너 아이템과 빈티지의 만남이 공식화되었다는 점에서 이미 메인스트림 패션이라는 것. 실제로 작금의 보헤미안 트렌드는 히피적 보헤미안과 차별되는 ‘보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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