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사업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조화를 이뤄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단기적인 흥행도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감성 변화를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시류에 뒤쳐지는 등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임원으로서 패션사업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영화 감독과 같은 역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의 열정적인 성격과도 잘 맞아 매력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SK글로벌의 패션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만균 본부장은 패션은 일시적인 흥행도 필요한 사업이고 이에 따라 단기전이기도 하지만 늘 변화하는 소비자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할 사업이라고 한다. 즉 패션사업은 순간적인 임펙트와 장기적인 투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이 시장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누가 얼마나 소비자를 아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은 정보통신과 섬유사업 등을 통해 축적한 기반을 바탕으로 고객에게서 직접 파생되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글로벌의 이러한 전략은 패션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주 전 분야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질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SK글로벌의 장기 비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기 사업이 성장 발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한다.
특히 지난 상반기에 선보인 「아이겐포스트」는 향후 SK의 소비자 중심 사업의 첫 시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난 2일 오픈한 광주점은 ‘B학점’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아이겐포스트」는 소비자들을 위한 편안한 쇼핑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매장 구성이나 브랜드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짓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우리만의 매뉴얼을 만들어 간다는 취지에서 점진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고 있다.
사실 지난 상반기 출시 초기부터 대대적인 광고와 스타마케팅, 수도권 대형점 오픈 등에 대한 유혹을 느꼈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 자제했다. 그러나 「아이겐포스트」가 향후 SK글로벌의 소비자 중심 사업의 핵심이므로 이번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김만균 본부장은 한 사람의 소비자에서 소비자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위치로 바꿨지만 늘 소비자의 입장에서 모든 업무를 점검한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받듯이 편안한 공간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매장은 단순히 옷만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문화, 즐거움 등을 전달하는 공간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것의 기본은 서비스이다.”
김만균 본부장의 이러한 경영 스타일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겐포스트」의 매장에는 넓고 쾌적한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화장실 바닥에는 배수구가 아예 없다. 물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미끄럼 사고와 악취의 원인을 아예 없애기 위해서다. 청소하고 관리를 하기에는 힘들겠지만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생활 수준과 사회 문화적인 욕구에 비해 국내 패션유통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
“아직까지 유통은 전근대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통마진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의 품질을 올리는데 필요한 비용임에도 현실은 높은 권리금, 임대료, 수수료 등 건물주나 유통업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또 상품 기획자들은 자기 중심적인 트렌드를 인위적으로 만들기에 급급했을 뿐 소비자들의 욕구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일방적으로 몰려다닌 소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국내 패션유통의 역사가 너무 짧기에 발생한 혼란이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우리 소비자들의 옷에 대한 가치관이 ‘사치’와 ‘실용’을 분별하는 합리적 가치로 바뀜에 따라 패션사업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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