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사업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에 대한 의욕만 앞섰지 사업에 대한 경험도 패션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했다. 잘 모르면 용감해질 수 있다는 말로 설명할까….”
안미예 예나트레이딩 사장은 30대 초반이었던 90년대초 남대문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정주부이던 안 사장은 단지 일을 하고 싶었고 작은 규모로 살림하듯 꾸려가면 안될 것도 없고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가 점점 커져 갔다. 오너가 전반적인 업무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제품기획에서부터 생산, 판매, 자금에 이르기까지 도맡아 진행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규모가 커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몰라 힘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적당한 시기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좋은 파트너쉽을 맺었으면 좀더 순조롭게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있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지만 좋은 회사란 능력있는 사람들이 신뢰를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회사라고 생각한다.”
안미예 사장은 남대문 삼익상가와 동대문 디자이너클럽을 거쳐 97년 「고릴라」란 브랜드로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으며 지난봄에는 「GIA」란 브랜드로 다시 출발했다.
그러나 안 사장은 2000년은 다시 경험하기 싫은 해라고 한다.
“지난해 2월에 「고릴라」에서 「GIA」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55개점이던 대리점이 3개월만에 10여개점으로 줄어들었다. 6월에는 20여개점에서 들어온 입금액이 5억원에 불과했다. 대리점 보증금은 계속 내줘야하고 브랜드 이름과 컨셉을 바꾼 덕분에 제품은 모두 다시 만들어야 하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봄 상품 판매율이 40%를 밑도는 등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안미예 사장은 이때 회사를 닫을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문을 닫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원들 퇴직금과 생산대금, 점포 보증금 등 그나마 줘야할 돈이 있을 때 그만두자는 생각에 사업을 정리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안 사장은 직원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미 회사는 안 사장 개인 것이 아닌 직원들 모두의 회사였다.
“3개월 동안 15억원을 끌어다 썼는데 돈이 없었다. 회사는 살려야 되겠고…. 협력업체를 찾아갔다. 이번 가을 겨울만 도와달라고 메달렸다. 다행히 그 동안 신뢰가 쌓였던 협력업체들이 한 시즌 제품을 외상으로 만들어 줬다.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GIA」는 가을부터 매출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매출이 안정되자 대리점 개설 문의도 늘어 점포수도 55개점으로 늘어났다. 자금 흐름도 좋아졌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일에 자신이 생겼다. 그리고 일을 하는 스타일도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장이라고 내 주장만 내세우면 회사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능력있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안미예 사장은 옷 장사는 옷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격이 싼 베이직 캐주얼이라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베이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개발해 트렌드와 브랜드의 성격에 맞는 베이직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안미예 사장은 배포가 큰 여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당찬 사업가로 변신한 안 사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다짐이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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