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국제 수준을 요구하는데 해외시장을 노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디자이너는 기획을 담당하고 자금력과 시장성에 대한 안목을 가진
대기업이 생산을, 유통업체는 바잉·판매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허드렛일의 연속이라고 할만큼 힘든 일이다. 국내 패션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서 자리잡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내 인생의 목표가 디자이너였으므로 늘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
심설화 사장은 지난 90년에 디자인 기획사 베라카를 설립했고 92년에는 「심설화 베라카」란 디자이너 브랜드를 출시했다. 10여년간 반도패션과 코오롱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살려 기획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또 브랜드를 출시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심설화 베라카」를 내놓은 지 7년 만인 지난 98년 브랜드 사업을 접었다. 7년 동안 백화점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돈은 돈대로 까먹고 옷은 옷대로 망가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심사장은 디자이너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고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곳이 백화점인데,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백화점에서 살아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양장점 시대의 디자이너와는 달리 나와 같은 2세대 디자이너들은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에서 생존해야 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수록 옷의 색깔이 없어졌다. 이것은 아니란 생각에 브랜드를 포기했다. 디자이너로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 때문에 브랜드를 과감히 접었다. 브랜드 사업은 내 자리가 더욱 확고해지고 국내 유통환경이 좀더 나아졌을 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심설화 사장은 최근 CJ39쇼핑과 손을 잡고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CJ39쇼핑은 최근 심설화 사장을 비롯 홍미화, 우영미, 박춘무, 이정우 씨 등 5명의 디자이너들에게 앞으로 5년간 해외 컬렉션에 참가하는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또 CJ39쇼핑은 해외에서 이들 디자이너들의 마케팅과 수주상담을 맡기로 했다.
심사장은 “시대는 국제 수준을 요구하는데 해외시장을 노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해외 컬렉션과 전시회 등을 참가하는데 따른 비용도 만만찮지만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기가 더욱 힘들다. 디자이너는 기획을 담당하고 자금력과 시장성에 대한 안목을 가진 대기업이 생산을, 유통업체는 바잉·판매를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다행히 CJ39쇼핑에서 디자이너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함에 따라 국내 디자이너의 해외진출의 새로운 전환기를 마련하게 됐다. 한국의 패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설화 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는 지난 20여년간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심사장의 베라카닷컴(www.beraka.com)은 3천여개의 디자인 도식화와 패턴, 주간별 히트 아이템을 데이터 베이스화한 디자인 전문 사이트로서 여성 영 캐주얼, 남성 캐주얼, 미시, 스포츠웨어 등 4개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었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도 그 동안 오프 라인에서 해왔던 일을 인터넷이란 매개체로 옮겨놓은 것이다. 자기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스타일에 대한 연구와 응용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복과 남성복에도 액티브웨어 스타일이 적용되는 등 다른 영역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심설화 사장은 자기 영역 뿐 아니라 주변 영역을 비롯한 전체 시장의 흐름에 대한 안목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주변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할수록 자기 것에 대한 전문성이 더욱 확고해진다는 것이 심사장의 생각이다.
“유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여성복을 담당하고 있더라도 남성복과 액티브웨어 등 주변 시장에 대한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또 디자이너는 한순간의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하기보다는 영원히 기억될 수 있는 명성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를 꿈꿀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인기 기자
ingi@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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