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기 사장은 포항제철을 시작으로 지난 99년 세일시스템의 경영자가 되기까지 20여년간 줄곧 전산 업무와 인연을 맺고 살아왔다.
그러나 최 사장은 자신을 ‘전산인’이라고 소개하지 않고 ‘유통인’이라고 말한다. 이는 전산시스템은 판매를 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통은 재고관리가 생명이다. 원활한 재고관리를 위해서는 회사가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전산시스템이지 전산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최창기 사장의 이러한 생각은 지난 87년 롯데백화점 전산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당시 롯데는 전산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최 사장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4년간 회계에서부터 매입·채권관리, 매장재고관리 등 백화점 유통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 흐름을 자세하게 알아야만 했다.
“좋은 시스템이란 사용하기가 편해야 한다.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실무에 대한 이해와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
관리부와 영업부 등 관련 실무자들과 함께 고민한 것이 인연이 되어 최 사장은 전산실 출신으로는 드물게 영업부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 때부터 98년까지 9년간 롯데와 가든백화점에서 영업을 했다.
최창기 사장은 99년에 정보시스템 전문업체인 세일시스템을 인수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그는 IT사업부를 신설하고 10억원을 신규사업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세일시스템이 새롭게 진출한 시장은 패션·유통업체들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과 소프트웨어 임대사업(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SP사업은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는 지난 20년간 유통 현장에서의 경험을 체계화해 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개발에 필요한 솔루션과 유통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패션업체와 매장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최창기 사장은 최근 패션업체들의 전산시스템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꿨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전산시스템을 갖추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란 생각을 가지거나 비용만 따지는 경영자들도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 사장은 “전산에 대한 필요성은 다들 느끼고 있지만 방법에 대해서는 어려워한다. 이는 과거 영세 업체들과 비전문가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전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중장기적으로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 전사적인 정보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 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산업무에 종사하는 부서장들은 물론 패션업체 경영자들도 머리를 맞대고 공동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일시스템은 지난달에는 휴렛패커드, 3COM, 시스코시스템 등 협력업체들과 공동으로 ‘패션유통업계 전산인 모임’을 위한 발기인 대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신규 투자에 대한 부담이 느끼는 업체들에게는 공동 발전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선투자를 제의하기도 한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종 업체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패션시장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제는 국내 패션업체끼리의 싸움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무기를 갖춰야 한다.”
최창기 사장은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날 갑자기 외형이 급속히 불어나 뒷수습을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상당히 많은 성장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초기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해야 한다.”
최창기 사장은 새로운 사업에 관심이 많다. 변화가 많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도 있지만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늘 변화하는 시장흐름과 소비자들의 욕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늘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 최창기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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