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든 옷이든 맛이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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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뱅이 / 김종석 사장

2007-01-26 오후 2:46:24

올해로 50세를 맞는 「잠뱅이」의 김종석 사장. 옆집 아저씨 마냥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을 지녔지만 “이전에도 계속 진을 해왔고, 앞으로도 진만 하겠다”는 김 사장의 말에서는 한국 토종 진 브랜드 「잠뱅이」를 이끌어온 고집과 끈기가 느껴진다. 그는 15세 때부터 35년간 ‘진’만 만져 왔다. ‘진’의 유행이 가라앉자 경쟁 브랜드들은 진 이외의 품목으로 눈을 돌렸지만 그의 중심에는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김종석 사장은 “진이 좋아서 진을 오래 한 건 아니다. 그저 진을 오랫동안 만지다보니 진이 더 좋아졌을 뿐”이라며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진의 매력이 무어냐’는 질문에 답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진이라는 소재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담뿍 묻어 나온다. “진은 워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진하게 혹은 흐리게 톤을 조절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구제 느낌을 주거나, 브라운·그린 등 다양한 컬러를 넣을 수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자수를 넣거나 징을 박을 수도 있고, 프린트를 찍을 수도 있고, 때로는 총알 구멍 장식을 넣을 수도 있고…. 한 가지 소재로 이렇게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마 진 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 애찬론’이다. 그러한 애착 때문일까? 「잠뱅이」는 브랜드 런칭 때부터 줄곧 진만을 고집해왔다. 김종석 사장은 “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의 흐름에 맞춰 상의를 늘리고 진을 줄이기도 했지만 「잠뱅이」는 진 전문이라는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며 강한 자부심을 내비친다. 그의 말 그대로 「잠뱅이」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진 전문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잠뱅이」란 이름 세 글자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의 과정은 그다지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진 제품들을 보면서 ‘우리도 저런 상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설사 상품이 덜 팔리더라도, 한글 상표로 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85년도에 「잠뱅이」 상표 등록을 하고 93년도에 런칭했지만 외국 브랜드명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한글 이름을 어필시킨다는 게 쉽지 않았다.” 「잠뱅이」라는 한글 상표가 유치하고 창피하다며 라벨을 떼어줄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판매사원의 얘기에 몇 날 밤을 술로 지새우기도 했다. 가까운 친구조차 ‘너는 왜 소비자가 싫다는 걸 고집 하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브랜드를 만들어야하는 게 아니냐’며 한글 상표를 고집하는 김 사장을 만류했을 정도. 그 동안 겪었을 마음 고생이 오죽 했을까 싶지만, 그는 “그래도 결국 좋은 제품력이 인정받아 지금의 「잠뱅이」가 존재하게 됐다”며 특유의 넉넉한 웃음을 잊지 않는다. 결국 브랜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드냐’는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 물론 영업, 마케팅 등의 다른 부분도 중요하긴 하지만 브랜드의 가장 기본, 즉 본질은 제품 그 자체라는 것. “한 끼에 3, 4천원을 써도 아까운 집이 있는 반면, 1만원이 넘는 돈을 써도 전혀 아깝지 않은 집이 있다. 음식이든 옷이든, ‘맛있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명품이라고 불릴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독불장군처럼, 그저 한 방향만 보고 달려온 「잠뱅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얼까? 「잠뱅이」는 이번 달 LA 한인타운 근처에 20여 평의 매장을 오픈한다. “우리 나라 소비자들은 유행이 빠르고 민감해서 취향을 맞추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패션이 더 발달할 수 있는 거라고 본다. 국내 의류시장이 성숙되면 양동이에서 물이 넘쳐나듯 자연스럽게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다. 「잠뱅이」의 미국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핏이나 스타일에 대한 테스트 단계를 거쳐야겠지만, 일단 한국인들이 많은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므로 그렇게 큰 차이는 없으리라고 본다.” 김 사장은 “이리저리 말만 떠벌려 놨다가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차근차근, 조용히 일을 진행시켜 「잠뱅이」를 더 좋은 브랜드로 만들겠다”며 말을 맺는다. 〈〉

조은희 기자
hope@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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