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우연찮게 시작한 것이 벌써 31년째다. 특별한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익만 쫓았다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익제 사장이 운영하는 정은도서는 일반적인 해외 컬렉션 화보집은 물론이고 유럽, 미국, 일본서 만들어진 소재, 스와치북, 컬러, 스타일, 액세서리, 원부자재, 그래픽, 인테리어 등 섬유·패션과 관련된 수천여종의 책자를 국내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초창기 패션 관련 출판유통 시장은 정부에 등록된 몇몇 업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거나 그들에게 필요한 서적이 아니라 수입업자들의 이익에 따라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김익제 사장은 어느 분야든지 그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서적을 다루는 출판·유통 부문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패션산업은 ‘옷’이라는 완성품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매우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디자인과 컬러 외에도 소재, 패턴, 부자재, 트렌드, 봉제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문이 없다. 특히 이러한 각각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정보 및 지식산업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사장은 출판·유통 사업을 서비스업이라고 말한다. 인쇄된 서적을 판매하는 일이지만 시간과 가격 등에서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보는 생물(生物)과 같아서 제 때에 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패션은 트렌드가 중요하므로 필요한 정보를 제 때에 맞춰 공급할 때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또 터무니없는 가격보다는 고객들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차원에서 살아있는 정보를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정은도서는 외국과 같은 시기에 패션정보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자료는 오히려 외국보다 먼저 공급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 일단 국내에 들여온 제품은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일 배송체제를 갖췄다.
그가 유럽이나 미국, 일본서 들여오는 책은 한 번에 적게는 몇 십권에서 많게는 수천권에 이른다. 그가 책을 들여올 때 선호하는 방법은 ‘매절’. 옷으로 이야기하면 재고를 안는 완사입 방식이다.
“샘플을 가져와서 디자이너들에게 보여주고 주문하면 이미 때를 놓치게 된다. 예전의 판매 데이터와 고객들의 요구사항, 외국 출판시장의 동향 등을 종합해 주문량을 결정한다.”
김익제 사장은 본인을 섬유·패션 정보백화점의 바이어라고 말한다. 고객들의 욕구를 제대로 분석해 제때에 판매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라고 말한다. 때론 판단을 잘못해 엄청난 재고를 안을 때도 있다.
정은도서는 잠실 본점을 비롯 종로점, 동대문점 등 세 곳의 직영판매장이 있으며 명동이나 동대문 일대의 패션 전문서점과 영업사원을 통해서도 판매한다.
김익제 사장은 10년 전부터 직접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비롯 패턴메이킹, 패션디자인발상트레닝, 컬러트레닝 등 지금까지 그가 출판한 책은 30여권에 이른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패션 관련 전문서적에 대한 소비가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패션 전문 출판산업은 너무 열악하다. 수입만 했지 우리 것을 만드는데는 인색했다. 이는 이익을 떠나 부끄러운 문제라고 생각해 출판업에 뛰어들었다.”
김 사장은 국내 패션산업이 지식산업화 하기 위해서는 패션업체와 디자이너, 학교와 학생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패션업계 종사자 외에도 일반 소비자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1천부 만들 때와 10만부 만들 때 제작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의류와 마찮가지로 서적도 독자들의 응원이 있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 국내 독자들의 호응이 뒷받침되면 국내 전문서적도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다. 그 혜택은 모두 국내 패션업계에 되돌아 올 것이다.”
30여년을 패션 출판·유통업 한 우물을 판 김익제 사장은 요즘도 일년에 5∼6차례는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패션 트렌드 만큼 빠르게 바뀌는 정보 트렌드를 파악하려면 늘 바쁘게 시장 조사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익제 사장은 “30년을 지켜보니 책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책을 열심히 보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 시대를 앞서가고 그만큼 탄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고 나이가 많다고 연봉을 많이 받는 시대는 지났다. 감각과 이론 모두를 갖춰야만 새로운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 >
정인기 기자
ingi@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