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잊은 디자인은 ‘꿈’으로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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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라 / 안혜영 대표

2007-01-25 오후 2:11:47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화려한 조명과 경쾌한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패션모델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무대를 걸어나간다. 쇼가 끝나면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지는 가운데 디자이너는 수줍게 걸어나와 많은 꽃다발을 받는다. 이 쇼의 주인공이 모델도 연예인도 스탭들도 아닌 ‘디자이너’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패션쇼는 언제나 화려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쇼의 주인공인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 안혜영씨는 “패션디자이너였던 어머니를 둔 탓에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가 더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졸업 후 85년, 프랑스 ‘에스모드’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당시로는 2세 디자이너로서 첫 케이스였기 때문에 매스컴과 주위의 관심이 남달랐다.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겠다는 고집과 더 성공하겠다는 욕심으로 처음부터 독립브랜드 「마고」를 런칭한 안혜영씨는 “어머니 밑에서 일했다면 고생은 덜했겠지만 지금 회사를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혜영씨는 현재 어머니의 회사 (주)로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안혜영」을 전개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늙어가면서 브랜드도 퇴화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요즘, 「안혜영」은 어머니 한계석씨의 「미세스로라」에서 「로라바이(by)안혜영」으로, 다시 「안혜영」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디자이너 브랜드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고집불통 외골수? 디자이너 부띠끄의 경영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집불통외골수’를 연상한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일까? 안혜영씨는 따로 사무실을 갖지 않고 탁 트인 공간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의견과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패션디자인이 예술과 다른 것은 다른 사람들 즉, 우리 브랜드를 찾는 고객을 만족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너무 다르지는 않으면서 조금은 다르게 하는 것, 남보다 반걸음만 빨리 가는 것이 나의 경영이론이다.” ‘디자이너부띠끄’하면 떠오르는 스타일은 라인을 두른 둥근 테일러드 칼라에 원버튼이나 투버튼 재킷과 스커트다. 이러한 일반적인 느낌에서 변화하기 위해 우선은 다양한 색감으로 캐주얼한 느낌을 줬다. 그녀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다들 겁내하지만 고객은 오히려 변화를 원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안혜영」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깊은 색감에 있다. 그녀의 색감은 아마도 화가인 아버지의 영향인 듯하다. 안혜영씨 자신도 대학시절에는 미술을 전공했다고. 현실감을 잃지 말아야… 인터뷰 도중 그녀가 가장 강조한 단어는 ‘현실’이다. 그녀는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옷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현실이고 비즈니스다. 디자이너를 신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한다. “초기에 힘들어하던 나에게 어머니가 하셨던 말은 ‘유럽과 한국을 착각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유독 그 한마디가 아직까지 생생한 것을 보면 아마도 그 한마디는 당시의 나에게 가장 절실했던 해답이었던 듯 하다. 바로 디자이너는 재능은 기본이고 빠른 현실적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유독 현실을 강조하는 것은 26개 매장을 갖고 직원만 90여 명을 거느리고 있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책임감도 크다. “아무리 딸에게 주는 것이라고 해도 어머니 자신이 키워놓은 브랜드를 접는 것이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눈가를 적시는 그녀는 당분간은 회사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기적인 컬렉션을 열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나치다 싶을만큼 컬렉션이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는 매스컴의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극구 사양하고 외면하며 조심스럽게 한발한발을 내딛어왔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 앞에 설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한다. 밖으로 나설 때가 됐다는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한발 한발 차근차근 밟아나간다는 것이 지론이다.”

민경애 기자
mink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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