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탤런트 최진실이 방송에 나와 고교시절 선생님이 주신 용돈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다는 고백을 해 화제가 됐었다.
그때, ‘역시 끼가 있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부르다문」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문영자씨 또한 ‘끼’가 다분했던 사람이다.
그녀는 옷이 너무너무 좋아서 동생용돈까지 강탈(?)해 가며 옷을 사 모았다니까...
젊고 날씬했던 시절, 몸에 꼭 붙는 햅번스타일의 새빨간 코트를 해 입고, 짧은 미니스커트와 화려한 문양을 좋아했던 문영자씨는 그 감각을 그대로 지금의 「부르다문」의상에 담아내고 있다.
「부르다문」에는 독특함이 있다.
화려한 꽃무늬와 강한 컬러의 대비가 부르다문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누구나 ‘아, 저 옷은 부르다문 스타일이다’라고 말하는 나만의 소재와 컬러가 있다. 모든 브랜드가 비슷해져가고 있는 요즘, 나만의 스타일이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준다는 사실이 지금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다. 스타일과 문양은 조금씩 달라도 어느 옷에서나 풍겨지는 「부르다문」의 분위기 때문에 고정고객들은 나의 옷을 ‘교복’이라고 말한다.”
문영자씨의 쇼에는 항상 그녀의 옷을 좋아하고 열광하며 ‘교복’을 입고 찾아오는 ‘아줌마팬’들이 있다.
그녀는 “지난 99년 봄 덕수궁에서 개최했던 서울컬렉션에 2천800명의 관객이 들어왔다. 그 중 2천여 명은 우리 옷을 입은 ‘팬클럽’들이었다. 저녁노을이 지는 고궁에서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내가 만든 옷을 입은 2천 여명의 환호를 받을 때의 그 환희와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
여걸과 같은 외모에 일은 일단 밀어부치고 보기 때문에 ‘불도저’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가지고 있는 그녀지만 문영자씨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좋아한다.
유진박 뿐 아니라 지난 해 쇼에서는 데니정의 섹소폰 연주가 패션쇼와 함께 했다. 그리고, 지난달 열린 서울컬렉션에서는 무대 중앙에 생화와 나무로 장식한 숲을 만들어 놓았다.
그녀의 특별한 이벤트에 대해 관계자들은 금방이라도 꽃과 나비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무대와 의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옷 얘기로 일관한다.
일 얘기 말고 자신의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그녀는 “내 삶은 너무 단순하다”고 일축한다.
“오로지 옷만 알고 살아왔다. 주위 사람들이 주식에, 땅에, 다른 외식사업에 투자할 때도 나는 옷밖에는 몰랐다”는 문영자씨.
74년, 「부르다」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런칭해 올해로 27년째 이 하나의 브랜드를 이어오고, 20개 매장을 알뜰살뜰 꾸려가면서 또, 매 시즌마다 자신의 컬렉션을 여는 비결은 오직 한 우물만 판다는 그녀의 경영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컬렉션을 마치고 지쳐있을 만도 한데 지금 문영자씨에게서 여유가 넘쳐난다. 그녀에게는 든든한 ‘빽’이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이번 컬렉션은 문영자씨의 딸인 이수진씨의 작품이다. 「부르다문」 컬렉션이 한층 성숙해지고 젊어졌다는 평을 듣는 것도 두 모녀의 합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근엄해보이는 여성경영자인 그녀도 “‘파슨스’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딸이 지난해 9월부터 쇼를 맡아 기획하고 있다. 딸은 어릴 때부터 예능에 소질이 있어서 나를 깜짝깜짝 놀래키곤 했었다. 아들은 MBA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들에게는 앞으로 경영을 맡길 생각이다”며 자식 자랑을 하는 모습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는 회사를 이어갈 아들과 딸을 위해서 더욱 단단한 기반을 다져놓고 싶다”는 것이 경영자로서, 어머니로서의 유일한 바램이다. 딸 이수진씨가 하고 싶어하는 백(bag)브랜드나 뷰티사업쪽으로의 진출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녀에게는 앞으로도 큰 욕심이 없다.
“나에 대한 평-‘오뜨꾸띠르의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장인(匠人)’이라는 표현은 나와는 맞지 않다. 고급스럽고 비싸기 때문에 모셔놓는 옷이 아니라 편하고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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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애 기자
mink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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