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기 사장은 지난 85년에 경력사원으로 국동에 입사했다. ‘2세’라는 후광을 받으며 입사했지만 입사후 16년 동안 과장에서 임원의 모든 직급을 거쳤다. 변 사장은 오랜 실무를 거친 탓인지 여느 2세 경영자의 모습보다는 강한 승부근성이 배어나오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이미지를 풍겼다.
변상기 사장은 지난해 가을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러 받아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회사의 성장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변상기 사장은 국동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제주도 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제주도에는 ‘뭘 하든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뭍으로 가지고 나가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섬유산업은 건설이나 유통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서 가꿔야 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 동안 많은 업체들이 ‘탈 섬유’를 외치며 잘 알지도 못하는 사업에 손을 댔다. 경영자가 잘 모르고 시작한 사업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거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변상기 사장은 섬유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미래지향적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고급 제품은 선진국에서, 가격경쟁력 중심의 저가품은 중국에 밀려 한국의 섬유산업이 어려워진다고 말하지만 그럴수록 신제품과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 투자한 만큼 섬유에 투자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 선진국들이 아직도 섬유를 근간산업으로 가져가는 것을 봐도 섬유산업은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많다.”
국동은 수출로 성장한 기업이다. 지금도 수출이 전체 외형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의 섬유수출 전문업체. 최근 수출경기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가 축소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의 시장관.
“저가 시장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대신 우리가 만들어 가야할 시장은 또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동의 예를 들어봐도 유럽과 미국의 대형 스토어 및 유명 브랜드와 직거래함으로써 경기 영향을 적게 받고 있다. 멕시코 생산기지도 2004년부터는 미국시장에 대해 쿼터와 세금이 없어져 또 다른 기회를 맞고 있다.”
변 사장은 수출도 따지고 보면 내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시장흐름에 맞게 신제품을 기획하고 제안해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우리 브랜드를 수출해야 한다.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어떤 브랜드를 달고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신규 브랜드 출시도 장기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 조성이라고 생각한다.”
국동은 내년 봄에 「앤소언」이란 신규 브랜드를 통해 내수시장을 공략한다. 기존에도 「피에르가르뎅」과 「나프나프」를 전개했지만 이번에는 라이센스가 아닌 자가 브랜드로 선보인다.
“「피에르가르뎅」은 10년째, 「나프나프」는 6년째 전개하고 있다. 내수 전문업체에 비해 활발하지 못하다는 말을듣기도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사업이든지 내실을 다져 기반을 닦은 후에 재투자해야 한다. 특히 브랜드 사업은 중장기적인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변상기 사장은 이미 6년째 내수사업을 직접 챙겨왔지만 이번 신규 사업은 전적으로 사업부에 일임할 계획이다. 사무실도 강남에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 97년 「나프나프」를 출시하며 초기 광고비만 1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IMF란 돌발변수로 빛이 바랬던 아픈 기억도 있다.
“브랜드 사업은 노하우와 자금력, 의욕 등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제대로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보다는 시장흐름과 소비자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가 생명이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전문인력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변상기 사장은 팀웍을 유난히 강조한다. 다른 어떤 사업에 비해 패션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과 업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전통적으로 옷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능성 외에도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인 만큼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 일이 즐겁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팀웍이 맞아야 한다.”
국동은 다음달 8일이면 창립 34주년을 맞는다. 30여년간 한 우물만 팠던 국동은 이제 본격적인 2세 경영인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동이 시도하고 있는 변화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30년은 다가올 30년을 위한
정인기 기자
ingi@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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