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안정되게 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 매력 있는 형태를 디자인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안정된 형태관계를 바탕으로 형태의 개성을 최대한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형태의 매력을 최대화시키는 방법은 안정된 구조를 바탕으로 가장 불안정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색을 섞는다
물감으로 색을 많이 칠해보면 금방 알게 되는 사실인데, 붓으로 물감을 많이 섞으면 섞을수록 색이 더러워진다. 붓을 씻는 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맑은 물을 떠서 붓을 씻지만 이내 물은 색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탁해져서 물을 갈아야 한다. 이것을 좀더 우아하게 표현한다면 “색을 많이 섞을수록 채도는 떨어진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채도가 떨어진 물을 우리는 자주 걸레 빤 색이라고들 한다. 그렇다. 상식적으로 채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불순물이 많다는 것이고, 당연히 불순물이 많은 색깔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 단독적으로 색을 대하면 아무래도 채도가 떨어지는 색은 좋은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하지만 색이 혼자가 아니라 여러 개가 같이 있을 때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걸레 빤 색도 상황에 따라서는 금색보다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옆에서 어떤 색이 도와주는가에 따라 색이 빚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대가 된다. 물론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칙칙해진 색을 정교하게 다룰 수 있는 디자이너의 정밀한 눈이다.
색상의 가짓수를 본다면 색상환이나 명도의 세계는 채도의 세계에 크기가 미치지 못한다. 이 세상에는 섞여서 만들어진 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만큼 다루어야 할 색의 범위가 넓다는 것을 뜻하며, 지금까지 공부해 온 인접색이나 보색, 명도의 경우와는 좀 스케일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채도의 단계
색이 섞인다는 것은 색이 안 섞인다는 말의 반대이지만 이 ‘섞인다’는 말 안에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색의 내용들이 담겨 있다. 섞이지 않은 색은 단일하지만 섞여서 만들어질 수 있는 색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얼만큼 어떻게 섞이는가? 색이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자칫하면 채도의 ‘ㅊ’도 건드리지 못하고 채도의 늪에 빠질 수가 있다. 이럴 때는 일단 기준을 먼저 세우고 접근하는 것이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그렇다면 채도는 어떤 기준으로 색들을 일사불란하게 줄지을 수 있을까? 채도란 색의 탁한 정도이다. 그렇다면 명도의 경우처럼 그 탁한 정도에 따라 앞뒤의 순서를 잡아서 정리할 수 있다.
빨간색을 기준으로 채도의 단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1>의 왼쪽에 있는 색은 빨간색의 원색이다. 오른쪽에 있는 색은 색이 완전히 탈색된 회색이다. 명도에 있어서 기준이 가장 밝은 흰색과 가장 어두운 검은색인 것처럼 채도에 있어서 기준은 원색과 무채색인 회색이 된다. 이 두 원색을 사이에 두고 높은 채도부터 낮은 채도에 이르는 색들을 단계별로 넣게 되면 <그림 2>와 같이 된다.
그런데 순서대로 놓고 보면 채도를 구별할 수 있지만 순서를 뒤섞어놓으면 구별하기가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뒤의 기준색들을 빼고 보면 중간에 있는 세 개의 색들은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색에 대한 훈련이 안 된 사람들에게는 정말 그게 그거인 것처럼 보이기가 쉽다. 명도나 색상에 비하면 대단히 까다로운 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채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색을 기준으로 해도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색상과 명도가 개입한다면 채도의 문제는 정말 어렵게 된다. 실제 디자인 세계로 들어가 보자.
<그림 3>처럼 비슷한 인접색들이 뚜렷한 명도 차이를 가지면서 채도변화가 이루어져 있는 경우에는 채도를 따지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재킷과 바지의 채도는 비슷하며, 안에 입은 카디건의 채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명도와 색상이 채도를 알아보기가 힘들게 교란(?)되면 채도를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림 4>처럼 색상 간의 대립이 심하면서 명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게 되면 채도를 챙기기가 상당히 힘들게 된다.

보는 입장에서야 별로 힘들 게 없겠지만 이런 색들을 조화롭게 맞추어야 하는 디자이너에겐 상당히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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