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동안 참 말도 많았다. 김종천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가나통상의 새로운 대표로 김 사장의 아내인 정순희 사장이 취임하자, 업계에서는 놀라움과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에서는 가나통상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취임 9개월을 조금 넘긴 지금, 업계의 섣부른 전망과 걱정은 정 사장에 대한 새로운 믿음과 신뢰로 변하고 있다.
이런 반응은 회사 내부에서도 마찬가지.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회사의 직원들과는 가족과 다름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정 사장에게 직원들은 처음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고 그런 믿음이 함께 일을 하면서 더욱 두터워졌다고 한다. 이것은 정 사장이 다른 사람보다 곱절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에 걸 맞는 성과로 보답한 때문일 것이다.
가나통상의 직원들은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사장님을 믿고 따르는 마음이야 처음부터 변함이 없었지만 취임 이후 사장님이 보여주신 능력과 노력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내부업무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과의 관계 같은 대외적인 업무도 누구보다 잘 풀어나가고 있다”며 정 사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결과들은 정 사장의 「말로」에 대한 애착과 사업에 대한 욕심 덕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순희 사장은 지난 2월 이태리 출장을 다녀왔다. 목적은 「말로」와의 재계약. 계약이 만료되던 지난해 말부터 재계약에 대한 불안한 루머들이 업계에 떠돌아 정 사장과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정작 회사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말로」의 오너가 교체되고 우리 회사도 오너가 바뀌는 변화를 겪긴했지만 재계약에 문제가 생길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출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 계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한국 시장에 맞는 상품 개발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 적합한 상품 개발만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말로」를 전개하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94년 런칭 이후 지금까지 「말로」의 외형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줄곧 내실을 기하는 안정적인 경영에 주력해왔기 때문. 하지만 정 사장은 올해부터는 사세확장을 위해 유통망과 다양한 고객층 확보에 무엇보다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한다.
“우선적으로 백화점 중심의 유통망을 로드샵으로까지 확대하고 상품 구성에 변화를 꾀해 좀더 젊은 고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 모든 것을 이루기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확장이 될 것이다. 때마침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경영자 교체를 기점으로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거기에 발맞춰 우리도 좀더 본격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말로」는 캐시미어뿐만 아니라 홈컬렉션으로까지 세력을 넓혀 토털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 따라서 국내에서도 점차적으로 캐시미어 외에 다른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해 「말로」를 토털 브랜드로서, 오리지널리티와 품격을 갖춘 명품브랜드로서, 손색이 없도록 만들 것이다.”
“「말로」를 처음 런칭하던 94년만 해도 국내에서는 캐시미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말로」 이외에도 많은 캐시미어 브랜드들이 있다. 경쟁 브랜드들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이 사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고 시장이 확대되면 우리 브랜드의 발전가능성도 더불어 커지기 때문이다.”
가나통상의 직원들은 모두 8명. 인원이 적어서인지 사무실의 분위기는 여느 회사와는 조금 틀리다. 언제나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고 여가생활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회사 분위기는 정 사장 취임 전부터 이어져, 경영자가 바뀌고 회사가 혼란을 겪는 와중에서도 누구하나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없을 만큼 뛰어난 팀웍을 자랑한다.
정 사장은 이런 팀웍이야말로 가나통상이 어려움을 이기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회사와 내가 이만큼 안정을 찾는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직원들이었다. 직원들 모두가 이 회사의 주인이 되어 노력해준 덕분인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정 사장의 공이 크다고 말한다. “사장님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져올 만큼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그래서 사장님과는 업무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마음놓고 나눌 수 있을 만큼 편안하고 가족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인간적인 관계가 회사 전체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류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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