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에이터, 패션으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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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6 오후 5:54:20

여성스럽고 사랑스런 걸리걸리 룩, 모던하고 관능적인 글래머 룩, 자유로운 보헤미안 룩이 지나면 어떤 스타일이 우리를 반길까? 언제나 새로움을 찾는 디자이너들은 그에 대한 해답을 ‘창공’에서 찾았다. 항공기 조종사들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애비에이터 엘리건스(aviator elegance)’룩이 올 가을·겨울 디자이너 컬렉션의 공통분모로 등장한 것.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Aigner)」는 여성 최초로 대서양을 건넌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기리듯 남성적이면서도 우아한 듯, 모던한 느낌의 애비에이터 스타일로 올 가을·겨울 컬렉션을 꾸몄고, 「랄프로렌(Ralph Lauren)」은 광고 속에 모피와 가죽 플라잉 재킷과 애비에이터 선글라스, 그리고 캡을 쓴 조종사 분위기의 모델을 등장시켜 애비에이터 시크를 전달한다. 지난 몇 해 독특하고 감각적인 핸드백을 내놓으며 매출 재미를 톡톡히 본 「크리스찬디올(Christian Dior)」은 아예 ‘플라잇(Flight) 백’이란 이름의 새로운 캐리어를 내놓아 창공 열풍에 동참했다. 특히 ‘플라잇 백’ 지퍼 금속 버클에는 ‘비행 전 떼어내시오(Remove Before Flight)’라는 오렌지 컬러 애비에이션 택이 붙어 있어 1940년대 오리지널 플라잉 재킷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1만달러 이상의 고가를 자랑하는 ‘플라잇 백’은 가을·겨울 시즌 가장 인기를 끌 ‘It 백’ 자리를 노리는 듯 ‘젯셋(jet-set)’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다끌어 모은 듯한 분위기다. 「아이그너」의 젯셋 룩 심플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이름 높은 독일 브랜드 「아이그너」가 올 가을·겨울 시즌은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가미하며 도전적인 창의성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그너」가 이처럼 과감한 창의성을 드러낸 것은 대서양을 단독 비행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그녀가 살던 당시 베스트 드레서로 꼽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를 기리고 헌정하기 위해 모던하면서도 시크한 멋을 살린 ‘젯셋 룩’을 구현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패션 관계자들은 기존의 틀을 벗고 디자인 창의성을 부각시킨 「아이그너」 가을·겨울 컬렉션이 대담함과 트렌디한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감각적인 실험정신과 시대를 읽는 예리한 감각에 새삼 놀라는 분위기다. 유행보다는 좋은 집안에서 잘 교육받은 듯한 ‘여성’을 연상시키는 「아이그너」가 패션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올 가을·겨울 시즌 가장 놀라운 사건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발렌티노의 변신은 무죄? 원로한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디자이너 발렌티노는 05∼06 가을·겨울 파리 쁘레따뽀르떼 무대에 밀리터리-노티컬 바탕에 젯셋 룩을 가미한 젊은 스타일을 선보여, 여전한 감각을 자랑했다. 테일러드 캐시미어 케이프와 레드, 블랙, 크림 컬러의 메이르롯 트라우저와 장교 모자는 기품 있는 파일럿의 모습을 연상시켰고 솟아오른 라펠이 달린 타이트한 갈색과 올리브 컬러 트위드의 양가죽 재킷, 웨이스트 코트, 날씬한 실루엣을 돋보이기 위해 가장자리에 플레어를 준 타이트한 코듀로이 팬츠 등은 활동적인 젯셋족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발렌티노는 젯셋 스타일 외에도 뒤 포켓을 주얼리로 장식한 블랙 가죽 진과 모피&타조 깃털이 장식된 블라우스와 매치하는 등 글램 룩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유행의 일등공신, 영화 <애비에이터> 그렇다면 ‘젯셋 스타일’, ‘애비에이터 엘리건스’를 자극한 요인은 무엇일까? 물론 패션은 돌고 도는 것이므로 밀리터리―로맨틱 걸리걸리―글래머러스―보헤미안―에스닉을 돌다보니 젯셋 스타일이 다시 강세를 얻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 여성 팬을 거느리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 <애비에이터>에 등장한 옷차림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런던의 코스튬 디자이너 샌디 포웰이 당시의 패션 스타일을 섬세히 그려낸 덕분에 <애비에이터>는 비행과 영화에 심취했던 괴짜 재벌 하워드 휴이의 일생보다는 시크하고 모던한 애비에이터 패션과 복고풍 글래머러스 패션에 눈길이 쏠린다. 영화 <애비에이터>가 개봉되자 패션 디자이너들과 패셔니스타들은 곧바로 영화에 등장한 배우들의 옷차림에 매료되었고, 한동안 잊혀졌던 정통 항공 보머 재킷 제조업체까지 공장 가동이 바빠졌을 정도다. 하워드 휴즈 역할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통적인 페어아일 브이넥 슬리브리스, 터키 색으로 악센트를 준 갈색 니트 탱크탑과 내추럴 탠 컬러의 가죽 재킷, 플라잉 팬츠 등 조종사들이 입을 법한 옷차림을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는데, 세련되면서도 활동적인 옷차림은 섹시한 느낌까지 준다. 영화 내내 다양한 스타일의 애비에이터 룩을 선보이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덕분에 남성들은 길이 잘 든 가죽 보머 재킷과 터틀넥 니트 스웨터 한 벌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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