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컬렉션에 선보인 유명 디자이너들의 패션을 뒤집어 보는 시리즈 세 번째 주인공은 이상봉이다. 아방가르드한 색깔과 진보적인 컬렉션으로 유명한 이상봉은 우리 패션계로서는 아주 소중한 보물이자 패션 발전의 자양분이다. 파리컬렉션 참가를 통해 좀더 정숙해지고 완성도를 더해가는 그의 변신이 일견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봉만의 색깔이 커머셜한 기교에 묻혀 변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든다. 2006 봄·여름 서울컬렉션을 통해 이상봉의 패션을 뒤집어본다.

패션쇼의 오프닝을 유명 연예인이 장식한다는 것은 이제 관례가 된 듯하다. 패션쇼에 모델로 간택된(?) 연예인들을 텔레비전 연예 프로그램에서 보는 일은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고, 패션 모델은 이제 연예인들의 주요한 소일거리가 된 듯하다. 물론 연예인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의 황금분할적 공생관계야 국내외로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누구의 쇼에 어떤 연예인이 나왔다는 것이 패션디자이너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을 홍보하는 데로 향한다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디자이너의 개성과 작품세계가 연예인의 그늘에 가려버릴 정도가 된다면, 노력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공산이 크니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유명 전직(?) 가수를 등장시킨 오프닝은 그런 점에서 얼마나 성공적이었을까 싶다. 그녀의 캣 워크가 어설퍼서가 아니라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이미지가 이 디자이너의 작품과 어울리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 의심이 갔기 때문이다. 노래 실력도 아니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매스컴에 띄워지는 사람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그런 센스(?)가 이상봉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았을 뿐더러, 고등학생이나 생각 없는 날나리 대학생이 아닌 이상 그러한 연출의 콘셉트가 너무 빤해 보이는 점도 있었다.
이 연예인의 개성과 패션쇼의 분위기는 그렇게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었다. 카메라의 프레시는 연일 폭발하고는 있었지만 가수를 찍는 것인지 패션쇼를 담는 것인지도 불분명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은 이상봉이란 디자이너나 뒤따라 나오는 패션 모델을 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작 주인공인 디자이너가 묘하게 소외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연예인을 쓴다면 좀더 이상봉이란 디자이너와 코드가 맞는 깊이 있는 이미지의 사람을 썼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건 단지 이상봉이란 디자이너의 쇼만이 아니라 패션쇼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노련한 디자이너답게 옷에 들어 있는 공력과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파리나 밀라노에서 볼 수 있는 정도에 육박하는 색감과 형태, 옷의 마감은 한국 패션 디자인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듯하였다. 게다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옷들은 이 디자이너가 어떤 형태의 옷이든지 머리로 그리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적 옷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쇼를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이 디자이너는 어떠한 옷이라도 다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진 1>은 오프닝을 이끌었던 문제(?)의 옷이다. 어깨가 훤히 드러나고 가슴 부분이 강조된 원피스인데, 마치 그리스 여신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어깨와 가슴을 장식하는 레이스가 화려하여, 커튼처럼 드리워진 치마 부분과 조형적으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 치마 안쪽으로 짧은 치마가 있어서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투명한 질감과 보라색 장식무늬가 무난한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인데, 이 옷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같은 느낌을 주는 모델이 입었다면 얼마나 옷이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옷이다.
<사진 2>는 옷의 구조와 조형적 인상이 상당히 특이한 디자인이다. 어깨가 둥글게 강조된 모양은 서양의 고전적 의상을 연상케 하고 목의 옆을 받쳐주는 칼라와 앞가슴이 훤히 트인 모습이 개방과 폐쇄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고전에 기반한 실험적 구성이라고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짧은 하의는 이러한 실험성을 더욱 현대적으로 강조하는 듯하다.
<사진 3>은 트렌치 코트의 구조를 상당히 해체적으로 재구성한 실험적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복잡한 외형임에도 트렌치 코트를 연상케 만드는 형태는 알고 보면 그리 쉬운 디자인이 아닐 수 있다. 자칫하면 형태가 모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트렌치 코트의 형태도 살면서 트렌치 코트의 딱딱함은 죽고 있다. 시선을 끌면서도 중도를 지키고 있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사진 4>는 짧은 상의와 바지에 꽃 모양이 프린트된 디자인이다.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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