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하게 보이기도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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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7 오후 3:28:31

막상 채도를 낮추려고 하면 채도가 잘 낮추어지지 않는다. 색만 섞는다고 채도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채도를 떨어뜨리려면 한 개의 색 안에 3원색이 다 들어가 있어야 한다. 채도가 낮은 색은 비록 칙칙해 보이기는 하지만 3원색을 모두 품고 있어서 색 하나에 무한한 색의 변화를 보여준다.



만들기 어려운 칙칙한 색

색을 밝고 어둡게 조절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흰색이나 검은색을 첨가해 주면서 필요한 정도의 명도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도를 조절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무 색이나 섞으면 색이 칙칙해지니까 채도를 낮게 하는 일을 아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물감들을 앞에 놓고 칙칙한 색을 마음먹고 만들려고 하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색을 아무리 많이 섞어도 원하는 정도로 탁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색이 맑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색의 성격을 잘 모르고 덤비면 채도라는 늪에 끊임없이 빠져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물감을 안 섞고 이미 만들어진 색을 쓰면 된다고?
맞는 말이다. 요즘 같은 컴퓨터 시대에 디자이너들이 물감을 왜 섞고 앉아 있나. 우아하게 필요한 색을 뽑아 쓰기만 하면 됐지…. 물론 디자인을 할 때 물감을 직접 섞어서 색을 만들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화가들도 컴퓨터 들고 작업하는 마당에 첨단을 달리는 디자이너가 힘들게 물감 들고 고생할 일이 무에 있겠나?

하지만 색을 쓰는 일과 색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색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색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개인기가 좋은 축구선수가 게임을 잘 풀어갈 수 있는 것과 같다. 색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색을 많이 만들어 봐야 한다. 다행히(?) 세상의 거의 모든 색들은 3원색과 검은색, 흰색만을 성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이 5개의 원소들만 가지면 충분한 색상 경험을 할 수 있다.

칼라 칩은 그 다음에 사용해도 늦지 않다. 그 이전까지는 갑갑하더라도 충분한 노동(?)을 투여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많은 색을 섞어주더라도 인접 색들만 섞으면 채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그림 1>처럼 빨간색에 오렌지색을 아무리 섞어도 색이 칙칙해지지 않는다.

<그림 2>처럼 명도가 낮은 고동색에 오렌지색을 섞으면 도리어 채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채도를 낮추는 일은 풀기 힘든 과제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명도에서처럼 원하는 채도 단계를 정확하게 구사해 주어야 한다면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색이 섞이는 원리
채도가 낮은 색을 잘 살펴보면 그 안에는 3원색이 모두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말을 거꾸로 하면 채도를 낮추는 요령이 된다. 즉, 채도를 낮추려면 3원색을 다 넣어주어야 한다. 아주 쉬운 원리 같지만 바로 여기에서 채도에 관한 모든 신비롭고 다양한 모습들이 나온다. 삼원색들을 얼마만큼 섞어주는가에 따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신비한 색들이 마술처럼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선 채도가 낮아지는 과정을 3원색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3>처럼 3원색 중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으면 오렌지색이 만들어진다. 이때 채도는 원색에 비해서는 조금 낮아지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파란색이 가세하게 되면 채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림 4>처럼 파란색의 양에 따라 채도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채도는 이렇게 삼원색을 모두 섞어주면서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그림 4>에서처럼 두 개의 색은 일정한 양으로 들어가고 한 개의 색이 양을 달리해서 들어가는 경우는 하나의 경우일 뿐이다. 이 세 개의 색들이 서로 양을 달리해서 무한한 조합을 만들어낼 때는 수없이 많은 경우의 색들을 목격하게 된다. 여기에 채도의 묘미가 있고 채도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림 5>처럼 삼원색들이 서로 양을 달리해서 들어갈 때는 채도도 채도지만 아주 독특한 색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채도의 무게는 채도의 단계에 있다기보다는 삼원색이 변주해 내는 미묘한 색의 질감에 더 실린다고 할 수 있다. 색의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채도의 세계는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표현의 가능성들을 열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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