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백만 스물 셋… 팔굽혀펴기를 끊임없이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전지 에너자이저 광고를 연상케 하는 여자 권순영.
짧은 커트 머리와 화장 끼 없는 맨 얼굴…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 위에 데님소재 앞치마를 걸친 권순영 사장은 언뜻 보면 섬 머슴애와 같은 털털한 이미지다. 그러나 그녀와 한 몇 분간만 마주하고 얘기하다보면 ‘이 여자도 예쁜 것, 여성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천상 여자구나, 디자이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소탈한 웃음소리와 얼굴에 띈 함박 미소는 편안한 옆집 아줌마 같은 인상마저 풍긴다.
권 사장은 책상 한 켠에 놓여있는 노트북을 가리키면서 “전 저 컴퓨터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메일 하나를 확인하는데도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돼요.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도 관심 없어요. 요즘은 4층 「와이케이038」사무실, 2층 「샤틴」사무실, 5층 「흄」사무실을 한바퀴 돌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와이케이038」에 가면 왠지 모르게 분위기를 잡아야 할 것만 같고 「샤틴」방에 있는 화사한 컬러의 옷은 보기만 해도 즐겁고 「흄」은 마냥 편안하고…, 옷들이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아요.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옷에 빠져 살고 있었다.
권 사장은 김창숙 부띠끄, 기요물산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지난 89년 여성복 프로모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96년 여성 캐릭터 브랜드 「와이케이038」을 2000년에는 여성 캐릭터 캐주얼 「샤틴」을 런칭해 두 브랜드를 여성복 시장에 안착시켰다.
권 사장은 올해 더 바빠졌다. 태어난 지 백일도 채 안된 갓난아이인 감성 캐주얼 「흄」을 번듯하게 잘 키워내야 하기 때문에. 또 혼자서 잘 걷기는 하지만, 더 크고 넓은 곳에서 훨훨 날수 있도록 「와이케이038」 「샤틴」을 중국으로 내 보내는 작업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흄」 런칭 이후…
“주변에서 자주 물어본다. ‘여성복만 하다가 캐주얼 하니까 어떻냐’고. 그러나 아직까지 별로 할 말이 없다. 한 1년 후에야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는 브랜드를 하나 만드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똑 같다고 설명했다.
“10개월 동안 뱃속에 담고 있으면서 느끼는 고통은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브랜드도 똑같다. 매장 오픈 전에 브랜드를 만들면서 겪는 고통은 앞으로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흄」은 이제 막 세상에 나와 눈 뜬 갓난아이와 같다. 적어도 1년간은 많이 다치고, 깨지고, 아파야 할 것이라고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샤틴」도 런칭 후 2년 동안 고생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을 찾았다며 ‘역경을 이기고 난 뒤에 따르는 성공이 더욱 값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으로 Go Go!
권 사장은 최근 「와이케이038」 「샤틴」의 중국 진출 때문에 그 여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와이케이038」 「샤틴」은 지난달 북경전시회를 통해 중국에 상품을 선보였으며 올해 마켓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매장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와이케이038과 손을 잡는 회사는 중국 국영기업인 체리(CHERRY)그룹. 체리그룹은 청도 지역내 매출 규모 3위를 자랑하는 수출·유통 전문기업으로 일본 브랜드 「SPECCHIO」와 네덜란드 브랜드 「MEXX」를 전개하고 있다.
권 사장은 “회사를 방문한 체리그룹측은 우리 회사의 ‘오너가 디자이너’인 점과 분주하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분위기’를 높게 사면서, 함께 일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와 회사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쪽으로 이익이 치우치면 원만한 비즈니스 관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경 전시회 이후, 체리그룹은 ‘4월 안에 매장을 열자’며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신중하고 차근차근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로열티 및 상품 전개방법의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샤틴」은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라이센스로 전개하고 「와이케이038」은 체리그룹과 합작 브랜드 형태로 전개할 방침이다.
상품은 유통 및 매출의 볼륨화를 위해 국내보다 더 편안하고 쉽게 풀고 가격도 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
이런 회사 만들고 싶다…
“몇 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회사의 매출이 얼마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회사를 이끌고 가는 직원들의 생각이 얼마나 밝고 긍정적인가, 직원들이 회사와 동료·상사를 얼마나 내 집과 식구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오래된 직원들이 유난히 많은 와이케이038. 권 사장은 회사 발전의 밑받침은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사장은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 함께 누리고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
엄수민 기자
< thumbs@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