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도를 낮추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검은색이나 흰색을 섞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검은색을 넣어서 채도를 낮추었을 때와 흰색을 넣어서 채도를 낮추었을 때 만들어지는 색의 효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차이를 잘 파악하고 색을 사용하면 색 표현력은 한층 넓어지게 된다.
채도를 낮추는 또 다른 방법
보색을 섞어 채도를 낮추는 방법 외에도 채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아예 흰색이나 검은색, 회색 같은 무채색을 섞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음식에 양념을 넣어서 맛을 만드는 것처럼 채도가 낮은 색을 첨가하여 그 채도만큼 채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좀 단순한 방법 같지만 그래도 채도를 낮추는 방법으로서는 효과가 적지 않다. 뒤따르는 보너스도 있다. 이렇게 무채색이 들어가서 채도가 낮아지게 되면 보색이 들어가는 경우와 다른 성격의 색이 만들어진다.
앞에서 배운 보색의 합성은 마치 화학작용처럼 참여하는 원색들이 성격이 완전히 바뀌면서 새로운 색이 만들어지지만, 무채색의 첨가로 채도가 낮아지게 되면 원래 색의 속성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채도가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원래 색에 하얀색이나 검은색이 첨가되면 색이 변질되지 않으면서 채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흰색과 검은색을 섞었을 때의 효과 차이다. 검은색과 흰색을 단지 무채색에서 가장 밝은 색과 가장 어두운 색으로만 본다면 질적 차이가 안 나지만 하나의 색으로 본다면 검은색과 흰색은 질이 다른 색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면 흰색이 섞이든지 검은색이 섞이든지 기준색의 속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성향은 비슷하지만 좀 더 정밀하게 살펴보면 흰색을 섞으면 색이 밝아지고 검은색을 섞으면 색이 어두워진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흰색이 들어간 색들
색상의 성분을 살펴보면 흰색과 검은색의 성질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흰색은 3원색이 모두 들어가지 않은, 그야말로 탈색된 색이지만 검은색은 3원색이 모두 들어가 있는 색이다. 따라서 색이 섞였을 때 드러나는 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어떤 색에 흰색을 섞게 되면 색의 밀도가 희석된다고 보면 된다. <그림 2>처럼 어떤 색에 흰색이 들어가면 색의 속성은 그대로 남지만 색이 좀 묽어 보인다.
이렇게 색의 성격이 연해지면서 채도가 떨어지게 되면 색의 분위기는 우아하고 부드러워지기 쉽다. 또한 채도가 낮아지더라도 색이 밝아지기 때문에 낮은 채도의 색 특유의 칙칙한 느낌을 찾아볼 수 없기도 하다. 채도가 낮은 색 특유의 차분함과 원색의 밝고 고급스런 분위기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은 흰색이 많이 들어간 중간 채도나 저채도의 색을 많이 쓰고 있다.

<그림 3>의 베르사체 원피스에는 보라색의 낌새(?)가 느껴지는, 거의 흰색에 가까운 색이 쓰이고 있다. 분명하지 않은 저채도 색의 오묘함은 여전하지만 저채도의 칙칙함보다는 깔끔하고 부유해 보이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저채도 색답지 않게(?) 은근히 도발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품위도 있지만 섹시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흰색이 많이 들어간 색들은 여성미를 강조하는 여성복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림 4>의 버버리 패션은 <그림 3>과는 좀 대조적이다. 밝고 화사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어리고 신선한 느낌이 두드러진다. 주로 녹색 계통의 색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빨간색이나 보라색 계통의 색들은 좀 섹시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많이 주는 반면에 노란색이나 녹색, 파란색 계통의 색들은 이렇게 밝고 맑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런 색들은 스포츠웨어나 캐주얼웨어에 효과적이다.
검은색이 들어간 색들
검은색이 첨가된다는 말은 어떠한 색에 3원색이 모두 참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흰색의 경우와는 달리 색상의 느낌에 변화가 생긴다. 물론 보색을 섞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떤 색에 검은색이 섞이면 색의 느낌이 상당히 깊어진다.
최경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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