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될까? 약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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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8 오전 11:57:49

“어떻게 남이 내놓은 상품을 똑같이 만들어 그것도 코앞에서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 있습니까?” 지난해 6월 국내 대표 여성복 업체인 한섬이 경쟁사 ‘C’가 자사의 상품을 베껴 팔았다며 자사상품과 ‘U’의 상품의 사진을 찍어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고, 백화점에 공문을 보내자 여성복업계에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베끼더라도 너무 베꼈다. 중저가 캐주얼도 아니고 여성복에서 베끼더라도 자기화 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지”라는 한섬의 주장에 “어차피 같은 원본(?·해외 상품)을 놓고 상품개발을 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냐?”는 반론이 터져 나왔다. 많은 여성복업체는 약자(?) 편을 들었고 백화점 또한 침묵했다. 또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백화점은 매출을 위해 ‘팔리는 상품을 만들기’를 독려했고 그들에게 목을 메고 있는 많은 여성복업체들은 ‘히트상품 제조’를 위해 리딩 브랜드들의 매장을 기웃거렸다. 월드컵 이후 뚝 떨어진 경기는 여성복업체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제 살을 깎아먹는 줄 알면서도 쫓겨나지 않기 위해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야 했다. ‘매장에 출시된 신상품 가운데 잘 팔릴만한 상품을 잘 찍어 시즌이 가기 전에 싸게 내놓은 능력’이 ‘브랜드력’이 됐고 ‘유능한 이사와 감사’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됐다. 롯데백화점은 9층에 (소비자들이 느끼기에)2층이나 3층에서 판매하는 옷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옷들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하나 둘 입점시켰다. 100여명이 넘는 기획인원을 가지고 있는 회사나 10여명을 가진 회사의 상품이 다를 것이 없어졌다. 무리를 지어 달리는 특성 탓에 한 마리가 벼랑 끝을 향해 달리면 제 죽을 줄도 모르고 함께 달려간다는 스프링벅과 같이 여성복회사들은 달렸고 2003년에 들어서면서 하나 둘 벼랑 끝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2003년 봄, 한섬의 옷들은 경쟁 여성복 브랜드들이 베끼기에는 시간과 돈이 너무 들어갈 정도로 ‘확 진화’해버렸다. 경쟁 브랜드들의 공세와 소비자 변화에 맞춰나가지 못해 뒤뚱하던 한섬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발견한 것이다. 먼저 「마인」의 옷이 트렌디하면서도 소비자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심플하고도 캐주얼하게 바뀌었다. 여느 브랜드에서 쉽게 구하지 못하는 소재와 아기자기하고도 독특한 디테일은 고급감을 더했다. 2001년 봄 “캐주얼이 시대의 흐름인데 왜 캐주얼 브랜드를 내놓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재봉 사장은 “캐주얼의 끝은 저가이고 우리의 경쟁력은 정장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에도 힘이 빠듯하다”는 답을 했었다. 거스럴수 없는 캐주얼의 기세에 한섬 역시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드레스 업(dress up)된 고급스런 한섬풍 캐주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성복도 디자인보다는 소비자에게 편안한 쇼핑과 손쉬운 선택을 하게 하는 상품구성력과 VMD력이 중요해진 것을 느끼면서도 쓰러져가는 여성복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쫓기에 힘이 부친다.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에는 여유(돈, 인력)도 없고 디자인력이 강한 감성 지향의 리더(디자인 감사, 이사)는 있지만 상품구성과 숫자에 강한 리더(한섬 문미숙 감사 같은)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백화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서는 눈앞의 매출이 가장 먼저 풀어야할 과제다. 말로는 다른 브랜드와 뭔가 다른 독특한 상품과 고급스럽고 격 있는 서비스를 요구하면서도 ‘(옆집과 똑 같거나 말거나)팔리는 상품’ 만들고, 화려한 말솜씨와 능란한 수완을 가진 ‘판매력 강한 샵마’를 채용해 매출을 올릴 것을 강요하는 백화점의 이기주의는 여성복업체들의 상품개발 의욕과 새로운 상품개발 리더의 출현 자체를 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혼란은 새로운 변화의 전주곡이고 불황은 새로운 변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위험요소가 없는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한국의 백화점과 상대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강요받고 있다는 백화점 유통 중심의 여성복업체들에게도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파레토의 법칙은 누구를 강자로, 누구를 약자로 갈라놓을까?

황상윤 기자
hs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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