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년의 위풍당당한 역사,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컬러풀한 옷을 착용하면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고집스런 전통을 지켜온 윔블던이 까다로운 드레스코드를 허물기 시작하는 것인가?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진행하는 ‘폴로랄프로렌(Polo Ralph Lauren)’이 윔블던 토너먼트의 코트 공식 복장을 담당하는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테니스업계에 패션광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US오픈과 함께 세계 3개 테니스 대회로 꼽히는 윔블던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패션에 대한 장벽을 낮춰온 여타 대회와 달리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공식 유니폼은 윔블던이 직접 제작하고, 흰색 경기복만을 허용하는 등 까다로운 코드를 고집해 왔다. 그런 만큼 미국적 품격을 대변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과 제휴했다는 것은 윔블던 역시 패션에 민감해진 테니스 선수와 상업성을 요구하는 업계의 압력을 받아들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윔블던, 랄프 로렌과 제휴
윔블던 관계자는 랄프 로렌이 영국적 전통과 품격을 잘 표현, 전통과 기품을 중시하는 윔블던의 성격을 잘 반영한 의류를 제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지나치게 극단적인 디자인이나 브랜드 로고로 도배한 천박한(!) 옷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윔블던 하면 떠오르는 녹색 폴리에스테르 재킷은 이미 랄프 로렌의 지휘에 따라 산뜻하고 깔끔한 네이비블루 재킷으로 탈바꿈해 벌써부터 윔블던에 산뜻한 패션 바람이 부는 느낌. 1천만달러가 오간 이번 계약에 따라 지난 6월 26일, 그랜드슬럼 이벤트가 시작되는 날부터 윔블던 구장에서 일하는 570명의 심판과 볼보이·볼걸들은 폴로 로고와 두 개의 테니스 라켓이 교차된 윔블던 로고가 함께 새겨진 반바지와 팬츠, 블레이저 등을 입었고, 윔블던의 전통적인 그린·퍼플 컬러는 윔블던 공식 타이에 남겨놓아 전통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랄프 로렌은 윔블던 창고에 보관된 사진을 참고해 1920∼1940년대 심판들이 입었던 클래식한 네이비 블레이저와 크림 컬러의 폭 좁은 바지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유니폼을 제작했으며, 미국과 유럽·일본의 거점매장에서 100종의 아이템으로 구성된 윔블던 공식 의상을 판매할 예정.
하지만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여전히 ‘all white’ 드레스 코드를 지키도록 규정해, 화려하고 섹시한 의상을 선호하는 신세대 테니스 플레이어들의 패션 경연을 지켜보기는 힘들 듯하다.
‘All white’ 코드는 여전해
랄프로렌과 의상 스폰서십을 체결하게 되면서 윔블던의 공식 후원사는 모두 15개로 늘어났지만 수익성 창출을 위해 후원자를 더 찾을 생각은 없다고. 이처럼 자존심 강한 윔블던의 입장은, 선수들의 의상 코드에 상대적으로 허용력이 크고 광고 수입을 중시하는 U.S오픈과 달리 지나치게 깐깐해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한창때 긴 머리를 뒤로 묶고 나름의 섹시한 옷차림을 즐겼던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는 윔블던의 답답한 의상 규정―‘흰 옷만 허용’―에 반발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윔블던 대회에 불참했다. 그러다 1991년 그가 윔블던 대회에 참석하자 언론에서 몇 주 동안 ‘아가시가 흰 옷을 입고 윔블던 대회에 참가했다’는 소식을 계속 전달해 콧대 높은 윔블던의 명성을 다시금 되새겼을 정도.
또한 여성 테니스 선수들 사이에 ‘섹시 바람’을 몰고 온 안나 쿠르니코바는 2002년 블랙 반바지 차림으로 경기에 참여하려다 윔블던 구장 내 보안카메라에 잡혀 의상을 바꿔 입어야 했고, 아디다스(Adidas)는 국제 테니스연맹과 ‘영국 잔디테니스클럽’을 상대로 자사의 로고 사이즈를 제한하는 윔블던의 처사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니 윔블던은 결코 패션을 옹호하는 구장이 아니다. 소송 내막을 보면, 윔블던이 아디다스의 3선 로고 사이즈가 규정된 로고 사이즈(4평방인치)를 넘는다며 사이즈 조정을 명령했고, 아디다스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자 얼마 전 런던고법에서 윔블던대회에 참석하는 선수들이 4평방인치 이상의 로고가 들어 있는 아디다스 티셔츠를 입어도 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인데, 폴로(Polo)의 포니 로고는 3평방인치밖에 되지 않아 별 문제가 없었다고(U.S오픈의 경우 폴로의 포니 로고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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