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패션업체들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6월 10일부터 시작된 월드컵 기간 동안 매출이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24일까지 대부분의 브랜드가 지난해에 비해 5~20% 정도 매출이 떨어져 곤욕을 치렀다. 더군다나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장마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은 더 가중됐다.
패션·유통 관계자들이 매기는 패션업체들의 월드컵 마케팅 점수는 ‘60점 이하’.
이번 월드컵은 지난 2002년과 달리 전국민적인 붐이 어느 정도 예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패션업체들의 대응이 너무 안일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붉은색 티셔츠로 프로모션을 기획했지만 효과를 본 브랜드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앉아서 당한’ 셈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월드컵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예상했지만 특별히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부족해 특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빠른 움직임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브랜드도 있다.
「베이직하우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티셔츠 단일 아이템으로 110만장을 팔아치우는 진기록을 세웠다. 판매가 1만9천900원짜리 제품을 110만장 팔았으니 22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셈이다. 결국 이 티셔츠 판매에 힘입어 올 초부터 지난해에 비해 조금씩 빠지던 매출을 단숨에 역전시키는 계기도 됐다.
「베이직하우스」는 월드컵 마케팅을 위해 지난 연말 붉은악마와 공식 스폰서 계약을 맺고 의류 제조?판매 독점권을 가져왔다.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를 사용하고 붉은악마 슬로건인 ‘레즈 고 투게더’를 프린트한 이 제품은 1월 말부터 온라인 예약판매를 받는 등 사전 마케팅도 치밀하게 계획했다. 중국 공장들이 비수기이던 12~1월 사이에 생산라인을 돌려 원가도 절감했다.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배팅이 성공작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당장 이달, 다음달 매출을 신경써야 하는 상항에서 6개월 앞을 내다본 마케팅을 준비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며 “그러나 패션업체들이 양적인 성장에 앞서 질적인 성장을 하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치밀한 브랜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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