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브쿠마 라마나탄 딜립 행텐코리아 사장
2003년 중순, 낯선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은 그를 흥분시켰다. 그의 도전은 불과 2년 반 만에 「행텐」을 연매출 1천억원짜리 대형 브랜드로 키웠다. 「행텐」이 진출해 있는 8개 나라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을 차지한다. 35명에 불과하던 직원도 2년 새 95명으로 늘었다. 딜립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10년 후에는 행텐코리아를 2조원의 대형 패션 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첫 단추로 올 봄 신규 브랜드 「H&T」를 런칭한 쉬브쿠마 라마나탄 딜립 행텐코리아 사장을 만나봤다.
“벌써 월 1억 가까운 매장이 3∼4개나 생기고 있습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사업계획도 60개 매장, 350억원으로 늘려 잡았습니다. 「H&T」는 2년 안에 1천억짜리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었기 때문에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딜립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H&T」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의 흥분된 목소리는 굳이 확인해 보지 않더라도 「H&T」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매년 신규 브랜드를 1∼2개씩 런칭해 10년 후에는 연매출 2조의 대형 패션 기업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래서 「H&T」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 구상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선보일 신규 브랜드는 유럽 디자이너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신규 라이선스 브랜드는 현재 4∼5개 브랜드와 라이선스 협상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앞으로 2∼3개월 안에 브랜드를 확정하고 실무 준비를 서두를 계획이다. 앞으로 좋은 브랜드와 좋은 기업이 있다면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간다는 생각이다.
“저의 패션사업 신조는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과 좋은 서비스, 좋은 마케팅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행텐」을 2년 반 만에 1천억원짜리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신조는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낯설고 물설은 이국 땅. 언어 문제는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러나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눈앞에 닥친 어려움들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저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긍정적인(positive) 사고방식일 겁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 어떤 상황이 주어지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제가 사는 방식입니다.”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대만, 미국,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등을 거치며 쌓은 해외생활 경험으로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꾸준히 노력한 덕에 이제 한국말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매운 한국 음식에 정을 붙여 이제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 얼큰한 김치찌개부터 먼저 찾을 정도가 됐다고.
취미도 일, 여가생활도 일이라는 딜립 사장. 한시도 쉴틈없이 일하는 그를 부담스러워하는 직원들도 있을 듯 싶었다.
“물론 일이 많은 회사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겠지요. 그러나 제가 처음 왔을 때 있었던 38명 대부분이 그대로 있습니다. 만약 제가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일을 소홀히 했다면 저와 회사에 실망하고 떠나는 직원들도 많이 생겼겠지요. 그러나 함께 현장을 뛰고 회사를 키워가면서 본인들도 같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딜립 사장은 한국에서 2년 반 동안 지내면서 한국인들의 근면성실에 반했다고 한다. 흔히들 외국 기업에 비해 한국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낮다고 얘기하지만 그의 경험으로 한국 패션인들은 여느 선진국에 비해 열심히 일하고 배우려는 욕구가 크다고.
“「행텐」의 성공 비결을 꼽으라면 팀워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또 서로 돕는 행텐코리아만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지요.”
딜립 사장은 직원들을 추켜세우지만 정작 직원들은 딜립 사장의 빠른 결단력과 소싱 노하우를 꼽는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정용하 이사가 한마디 거들었다. “「행텐」이 저가의 상품으로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또 50억원의 흑자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초기부터 중국 직생산 비중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딜립 사장이 현장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했다. 그 넓은 땅덩어리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공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재 구입부터 봉제까지 일일이 신경 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딜립 사장은 한국시장은 아주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시장이라고 말을 잇는다.
“한국 패션시장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우 재미있는 시장입니다. 3개월에 한 번씩 트렌드가 바뀌고 싼 값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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