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정을 넘긴 동대문 도매시장 좌판. 이곳은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오늘 내놨을 때 팔릴만한 옷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의 소비자 트렌드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빈티지가 유행할 때 이곳에는 온통 빛바랜 옷들로, 데님이 유행하면 청바지 일색으로 변한다.
이곳에 얼마 전부터 삼색 선이 선명한 「아디다스」가 판을 치고 있다. 병행 수입을 통해 들어온 이월상품이 주종이지만, 간혹 최신 신상품인 「Y3」나 ‘아디다스바이스텔라맥카트니’ 라인도 눈에 띈다. 오리지널 상품 뿐 아니라, 유사하게 만든 이미테이션 제품, 흉내만 낸 ‘짝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동대문 야시장에 쇼핑 온 소매 손님. 그러나 간혹 쇼핑백에 한 아름 사가는 도매 손님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김모 씨(33세)는 “「나이키」 「아디다스」는 꾸준히 찾는 손님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디다스」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라며 “구매력있는 젊은 고객들이 「아디다스」를 선호하면서 상인들도 아예 「아디다스」 제품만 판매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주말 오후 명동. 넘쳐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패션의 중심이라는 명동에서도 역시 「아디다스」의 바람은 거셌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10명중 2∼3명 꼴로 「아디다스」 로고가 뚜렷한 가방, 점퍼(아디다스 저지), 티셔츠, 스니커즈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아디다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곳에서 만난 구교선(17세, 학생) 군은 “요새 친구들 사이에서 축구선수 베컴이 입은 ‘아디다스 저지’를 입지 않으면 놀림감이 될 정도로 「아디다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저지 외에 ‘수퍼스타 올백’ 스니커즈도 다양한 스타일의 옷차림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승 국면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인지 「아디다스」는 지난달 초 명동에 250평 규모의 대형 콘셉트 숍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명동 상권에서도 손에 꼽는 대형 매장이다.
매장 인테리어는 글로벌 「아디다스」의 새로운 매뉴얼을 도입해 최신 사양이다. 천장은 독일에서 직수입한 ‘바리솔’이라는 특수 소재로 마감할 정도로 비용과 노력을 많이 들였다. 매장 오픈 행사때는 축구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참석시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명동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8개 직영점을 열고, 내년에는 3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은 대형 프로젝트다. 그래도 아디다스코리아는 차질없이 진행시키겠다는 의지다. 계획대로 매장 오픈이 이루어진다면 「아디다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디다스」 부상, 그만한 이유 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스포츠 브랜드들은 투박함을 벗어던지고 서서히 패션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가속도를 내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들은 남아있는 ‘투박함’의 잔재들을 벗어버리고자 상품은 물론이고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마케팅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0년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손잡고 런칭한 「Y3」가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을 거뒀다. 이를 통해 ‘아디다스 3선=스포츠 룩’이라는 공식을 「Y3」 컬렉션을 지켜보는 패션 관계자들의 뇌리에 심었다.
뒤이어 10대 중후반 영층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출시했던 ‘컬러스(Colors)’라인도 시장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면서 「아디다스」의 부상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 런칭한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라인까지 이슈 몰이에 성공하고 매출까지 뒷받침되면서 「아디다스」의 자신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섹시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하이테크 기능성을 결합한 여성전용 스포츠웨어라는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라인은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패션 브랜드와 다소 어덜트한 기능성만이 강조된 아웃도어 사이에서 고민하던 20대 영 우먼들을 공략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즉 「나이키」가 ‘우먼스’와 ‘액티브웨어’ 등 패션화를 외치면서 내놨던 전략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고전하는 것과 달리 ‘아디다스 바이 스텔라 맥카트니’ 라인의 선정은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나이키」가 여성과 캐주얼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사이, 「아디다스」는 패
김정명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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