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놓고 캐주얼 브랜드들이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이 정점에 달했다.
이번 겨울 대부분의 캐주얼 브랜드들은 신상품이 정기할인 판매를 평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겼다.
할인폭도 50~70%로 예년에 비해 월등히 커졌다. 노세일 정책을 내걸던 「콕스」도 30%할인 판매에 들어갔고, 「쿨하스」도 보드웨어와 점퍼 등 일부품목의 가격을 40% 인하했다.
일각에서는 “가격 할인 경쟁이 당장은 효과를 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악화를 초래, 패션업계 전반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쿨하스」 조춘호 이사는 “가격을 내리는 것은 쉽지만 올리는 것은 어렵다”면서 “지나친 가격할인 경쟁은 자칫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의류상품의 가격구조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시장을 선도하는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소비자 시대에 발맞춰 양질의 상품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캐주얼 브랜드의 경쟁력”이라며 “자생능력이 없는 브랜드들이 정리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시장원리”라고 주장했다.
볼륨캐주얼 가격 더 낮춘다
IMF보다 더 매섭다는 경기침체와 사상최악의 실업률, 바닥까지 떨어진 소비심리. 겹겹이 쌓인 악재들은 패션업계 전체를 강타하고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수준까지 가격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연 매출 1천억원 이상의 볼륨 캐주얼 브랜드들은 이번 저가 경쟁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륨 브랜드의 경우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이미 탄탄히 구축된 브랜드 인지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오다노」는 올 봄부터 7만원 안팎에 내 놓던 청바지를 3만원대로 내릴 계획이다. 이 회사 한준석 사장은 “경기 침체가 정점에 달하는 올해는 가격이 생존의 여부를 판가름 짓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텐」도 올 일년은 저가 정책을 고수할 생각이다. 피케 티셔츠 9천900원, 기본스커트 1만9천900원 등 전체 상품의 1/4이상인 37개 모델을 소비자를 위한 가격 봉사형 상품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마루」도 지난가을 감성캐주얼로 방향을 틀면서 높였던 가격대를 본래 수준으로 낮췄다. 「쿨하스」도 올 봄부터 2만원대 티셔츠와 신발 등 저가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감성 캐주얼은 힘들다
그럼에도 감성캐주얼 브랜드들은 아직도 가격 경쟁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감성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들은 “지나친 가격 인하 남발로 패션업계들은 손익분기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고급소재와 부자재 사용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다 업그레이드된 감성을 제안하려 해도, 일부 브랜드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펼치는 저가공세에 밀려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성캐주얼 브랜드서 1년간 상품기획 팀장을 맡아온 A씨는 “디자이너와 상품기획자의 의견 조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 따라 가격을 산정하면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게 된다는 것. A씨는 “품질을 10만큼 올리기 위해서 100만큼의 가격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각의 경우를 따져 보자. 디자이너들의 주장에 따라 국내서 소재와 원부자재를 구입해 중국서 임가공할 경우, 중국서 완사입하는 것보다 30%가량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해외 생산에 따른 통관비와 물류비를 고려한다 치더라도, 중국 완사입이 가격 경쟁력을 훨씬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근접 기획이 대부분인 감성 캐주얼 브랜드에게 중국 임가공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표적인 감성 캐주얼인 B브랜드는 60%가량을 국내 생산하며 나머지 40%는 중국서 임가공을 하고 있다.
70%이상을 해외 생산하는 베이직 캐주얼 브랜드와는 애초부터 가격 경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해결책 없나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U.G.I.Z」는 3.7배수를 맞추면서도 감성 캐주얼을 저가에 소화해 내고 있으며 「애스크」도 여성 영캐주얼, 남성 캐릭터 캐주얼 수준의 상품을 다른 감성 캐주얼에 비해 10%가량 낮춰 내 놓고 있다.
이들의 비결은 디자인과 상품기획, 생산의 전 과정이 효율적으로 조율되고 있기 때문. 근접기획과 선기획의 비율을 알맞게 가져가고, 상품의 질과 가격의 최적정선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들은 “디자이너들도 마케터의 시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비를 절감하는 방법도 있다.
이랜드는 접대비를 일정수준까지 제한하는 것은 물론 종이컵, 사무용품의 사용을 자제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렇게 아낀 운영비는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 이랜드는 매년 평균
안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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