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혜 벤토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편안한 쇼핑몰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태리어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벤토(VENTO)’다. 그 벤토의 사장인 이선혜 씨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웹 디자이너 출신으로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도 인터넷으로 청바지를 판매하는, 요즘말로 ‘투잡스족’이었다 .
이씨는 대학 시절부터 세 가지 소원이 있었다. 하나는 알아주는 디자이너가 되자, 두 번째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자, 세 번째는 내가 번 돈으로 자가용을 마련하자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세 번째 소원을 먼저 이루었다. 차에 옷가방만 달랑 싣고 무작정 상경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두 번째 소원도 이루었다. 어머니 잔소리가 싫어 무작정 독립은 했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어머니 잔소리가 그리워 전화를 건다. 이제 남은 건 첫 번째로 사업가로 성공하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초기에는 혼자서도 수월했다. 하지만 월 매출이 3천만원을 넘어서면서 여동생 이미혜 씨와 재택근무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했다.
사실 이씨는 가방·구두 전문 쇼핑몰을 오픈하기 전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성 토털 의류 쇼핑몰을 운영했기 때문. 여성 토털 의류 쇼핑몰은 아이템 종류도 셀 수 없이 많았고, 혼자 하기엔 너무 벅찼다. 최소 3∼4명 이상의 직원을 둬야만 운영이 가능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던 찰나에 의류보다는 가방과 구두의 조회 수가 훨씬 많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가방과 구두, 2개 아이템만 가지고 본격적으로 쇼핑몰 제작에 들어갔다. 웹 디자이너였던 자신의 전력을 활용해 직접 쇼핑몰을 디자인했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전공을 살려 이씨는 직접 가방을 디자인한다. 보통 잘 나가는 가방은 정해져 있다. 요즘 유행하는 가방은 주로 빅 백. 벤토의 단골 고객들은 밍크 코트를 즐겨 입는 사모님(?)부터 여군, 대기업 비서실 여직원, 선생님, 전문직 여성 등 매우 다양하다. ‘OO모텔 OOO호’로 배송한 적도 있다고.
자본금 800만원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에 연매출 5억이 넘는 쇼핑몰로 자란 벤토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뻗어가고 있다. 현재 캐나다 로드숍에 매달 40∼50개씩, 일본 의류 숍에는 소량 수출 중이다.
지금은 서울역 근처 28평 오피스텔에서 가방들과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지만 이제는 가방 식구들이 너무 많아져 침실까지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고. 그래서 조만간 조그마한 로드숍을 하나 낼 계획이다.
이씨의 쇼핑몰이 이만큼 자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씨는 고객들이 판매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쇼핑몰에 친밀감을 가지게 하기 위해 쇼핑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청바지 판매를 했을 당시인 2002년 9월 11일부터 현재까지도 계속 일기를 쓰고 있다.
이씨에게 정해진 매출 목표는 없다. 다만 고객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인터넷 쇼핑몰, 인간미가 넘치는 인터넷 쇼핑몰만이 바람처럼 불어온 인터넷 쇼핑몰 숲속에서 고목나무처럼 우뚝 설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가연 학생기자(청운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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