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소위 ‘짝퉁 명품’의 최대 소비자들은 여대생들이었다.
명품을 향한 그녀들의 집착은 자신이 갖고 싶은 수입 명품을 소유하기 위해 남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명품계라는 것을 들어 자신의 소유욕을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못한 여대생들은 ‘짜가’ 혹은 ‘짝퉁’이라고 불리는 가짜 수입 명품으로 대리만족을 얻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 명품 업체들조차 여대생을 타겟으로 한 틈새 마케팅을 펼칠 정도로 수입 명품에 대한 여대생들의 집착은 성형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 여대생들이 바뀌고 있다. 사치로 몸을 휘감는 소위 명품족이라는 간판을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바로 프라브족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러한 트렌드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실속 구매를 지향하는 프라브족의 향후 구매 동선에 따라 패션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프라브(PRAV)족이란 ‘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깨달은 사람들(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을 뜻하는 조어다. 즉, 「샤넬」이나 「구찌」와 같은 수입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브랜드 중독성을 벗어나 자신만의 패션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영 제너레이션의 문화인 힙합이나 차브와도 차별된다. 왜냐하면 가치를 중시하는 프라브와 달리 힙합이나 차브는 그냥 싼 것에만 신경을 쓰는 가격 지향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할리우드의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여배우 시에나 밀러나 옷 잘 입기로 유명한 케이트 모스가 대표적인 프라브족들이다. 이들은 빈티지 패션을 추구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믹스&매치를 통해 나름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비싼 게 최고’가 아니며, 그렇다고 ‘싼 게 비지떡’도 아닌 셈이다. 중요한 것은 유행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점이 프라브족의 최대 미덕이다.
이러한 프라브족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바로 중고 명품 인터넷 쇼핑몰과 구제용품점이다. 중고 명품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자신이 쓰다가 식상한 제품을 싸게 사고 파는 옥션을 통해 새로운 명품 유통 루트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대해 수입 명품 업체들은 매출하락을 염려하지만 프라브족들은 인터넷 쇼핑몰로 중고를 판매한 다음, 또 다른 새로운 제품을 명품 숍에서 사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시각이다. 리폼을 전제로 한 구제용품 구매도 프라브족들의 또 다른 재미다.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재미와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는 1석2조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프라브족의 부상은 새롭게 부상하는 매스밸류 마켓에 힘을 불어넣고 있으며 지나친 가격으로 비난받았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격거품도 빠질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독일 뮌헨으로 출장을 갔을 때 본 독일 젊은이들의 모습은 프라브족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했다. 매스밸류 브랜드인 「H&M」 매장에서 마치 식료품을 구매하듯 옷을 구매해 줄을 서서 계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패션은 자기 과시가 아닌 자기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프라브족들은 옷을 저렴하게 사는 대신 액세서리나 패션 잡화에 많은 돈을 지불한다. 1인 10색의 다양하면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의, 대량으로 소비되는 비슷비슷한 옷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프라브족들은 매일 아침 모자나 신발, 액세서리 등으로 그날 그날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5년 후 패션의 가격 주도권은 옷이 아닌 패션 잡화나 액세서리가 쥐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면 ‘패션의 완성’으로서의 가치를 추구했던 액세서리나 패션 잡화가 ‘패션의 시작’으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 중심에 ‘프라브족’이 있다.
유재부 기자
jby@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