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롯데가 가진 57개 점포 중 성장성이 의문인 점포가 상당수입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는 매장을 빌려주던 플랫폼사업자로서의 역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패션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사업자일 때에는 브랜드 단위의 관리를 했지만 롯데는 앞으로 상품 단위로 세분화한 관리 체계를 만들 것입니다.”
이달 3일 있었던 한국패션협회 주최 CEO 조찬 포럼. 이 자리에서 초청 강연자로 나선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진정한 리테일러의 역할로 고객 니즈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 |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어떤 취지에서 나왔을까. 백화점이 수익률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패션기업들도 잘 알고 있는 바다. 강 사장은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판매 상품을 직접 선별해서 구매하는 리테일러로서의 역량을 높여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은층 소비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온라인 채널 강화를 우선 과제로 잡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큐레이션하는 역량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가 리테일러로 진화하는 길에는 ‘상품을 모른다’는 큰 바위가 놓여 있다.
강사장은 포럼에서 “소비자를 파고들 수 있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 인력은 상품 정보에 상당히 어둡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롯데는 최근 ‘엘롯데’의 전략 카테고리로 설정한 ‘엘 스테이지’에 ‘무신사’에서 인기가 높은 스트리트웨어 유치에 나섰지만 ‘20%대 수수료’라는 떡밥 만으로는 MD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강 사장의 이야기에서 백화점이 플랫폼사업자로 남을지, 리테일러로 나아갈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읽힌다.
만약 백화점이 특정매입 영업에 변화를 준다면, 여러 방식 중에서도 수주 사입을 통해 상품을 구성(MD)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까? 국내 최대 백화점의 CEO도 ‘상품을 잘 아는 인력이 없다’고 자인한다. 백화점이 선택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상은 매력적인 콘텐츠와 공급경쟁력을 가진 ‘준비된 기업’일 수 밖에 없다.
이채연 기자
leec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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