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정만기 1차관 주재로 열린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대한 관련 업계 애로 청취 및 개선방안 간담회에서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패션업계가 ‘전안법’ 개정에 팔을 걷어부쳤다. 전안법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의 줄임말로 기존의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률로 의류 제품을 포함한 생활용품도 KC인증을 통한 KC마크를 부착해야 한다는 법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2년 가습기 세정액에 유해 성분이 포함돼 논란이 됐던 ‘옥시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 안전과 소비자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이슈가 높은 만큼 법안의 목적 자체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무엇보다 패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 전안법, 패션의 KC인증이란?
전안법은 제품 안전이라는 목적 아래 사용해온 13여 개의 법정의무인증마크를 2011년 1월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 하나로 통합한 것을 말한다.
KC인증은 ‘안전 인증 대상’, ‘안전 확인 대상’,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의 세 단계로 나뉜다. 패션제품은 가장 낮은 단계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의 섬유-가정용 섬유제품 항목에 포함된다.
의류 제품은 이미 KC인증을 받아왔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택을 살펴보면 KC마크가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C인증을 담당하는 국가기술표준원에 홈페이지에는 ‘안전·품질표시대상공산품의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대상제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확인하고, 제품에 안전·품질표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러한 안전·품질표시의 확인방법으로는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서류 중 하나를 택해 해당 제품군을 담당하는 인증 기관에 제출하면 된다. 여기서 의류를 포함한 섬유 제품의 검사 기관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이 맡고 있다.
‘안전 확인 대상’인 의류는 티셔츠, 바지 등의 제품 자체로 받는 것이 기본이지만 제품에 사용되는 원단으로 인증을 받아도 된다. 하나의 원단 당 약 6~1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고 기간은 보통 4~5일 정도가 소요된다. 만약 이 원단에 새로운 워싱, 후가공 등이 추가되면 제품으로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공지사항처럼 업체는 안전기준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지만, 시험을 위한 기기, 시약 등을 항상 구비하고 있기는 어려운 만큼 대부분의 업체가 대행업체를 통해 KC마크를 받고 있다. 패션 대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이러한 인증 기기 등을 구비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제 공장에서 KC인증을 완료한 원단으로 제품 제작을 완성하면 제조사 스스로 KC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 전안법, 패션산업 브레이크 될까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의하면 일반적인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은 물론 병행수입 등의 판매 제품도 KC인증을 받아야 하며 온라인몰 업체는 KC인증을 인터넷에 게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의 벌금도 이전보다 상향 조정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안으로 변경됐다.
먼저 개정 전안법이 시행되면 속도와 가격으로 승부를 보던 동대문·남대문 시장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동대문·남대문 시장에서는 3~4일 안에 새로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고, 온라인 소호몰에서는 1주일이면 메인에 노출되는 대부분의 상품이 전면 교체될 정도로 국내 패션산업의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개정 전안법을 적용하면 동대문에서 제작되는 제품들은 최소 4~5일, 길게는 10일이 넘는 기간을 인증에 소비하게 돼 결국 속도전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으므로 생산 유통면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 속도를 이유로 KC인증을 건너뛰었던 이들의 제품이 전안법을 통해 인증을 받게 되면 그만큼의 비용이 제품 가격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신유통채널인 온·오프라인을 비롯한 모바일 마켓 등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먼저 동대문에서 제작된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과 브랜드로 매출을 끌어올린 온라인 소호몰, 오픈마켓 판매 업체, 편집숍 업체들은 KC인증을 받지 못한 브랜드를 유치할 수 없게 된다.
개성있는 국내외 브랜드를 선보여온 영세 편집숍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외 제품을 10장 미만의 소량 사입을 위주로 진행하는 편집숍이 인증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고 제품 자체를 인증하는 과정에서 그 제품은 판매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재고 손실로 돌아오게 된다.
구매대행업체는 가장 큰 문제를 겪게 된다. 외국 상품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하는 이들이 제품 하나하나를 인증하게 되면 비용이 증가해 큰 마진을 가져가지 못하는 소규모 구매대행업체의 특성상 마진 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들은 번거로운 통관절차를 대행해온 구매대행업체를 잃게 되고 개개인이 직접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구를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외에 가죽 등의 핸드메이드 제품의 경우도 가죽 소재, 부자재, 가공에 걸쳐 3차례나 KC인증을 받아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애초에 시간과 비용을 간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돼 인증을 단일화한 개정KC인증제도가 다시 번거로운 인증제도로 퇴보할 수도 있는 것이다.
◇ 소비자·공급자 모두 고려한 개선안 보여야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열린 전안법에 대한 관련 업계의 애로 청취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었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이 자리에서 “전안법을 개정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의류 패션 및 온라인 유통업계에 영향이 큰 만큼 필요한 개선방향을 관련단체와 공동으로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류 패션업계 대표로 참석한 최병오 한국의류산업협회장도 이번 법안이 의류 패션제품을 제조·생산·유통하는 다양한 구조에 대한 영향과 파악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의 빠른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국내 의류패션산업의 강점이 약화될 수 있으며 신유통 구조인 온·오프라인을 비롯한 모바일 시장의 경쟁력도 저하될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의 개정 방향을 건의하기도 했다.
강경주 기자
kkj@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