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돈나 |
‘서울패션위크’가 국내 패션의 힘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헤라’와 공식 타이틀 후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참가 기준을 완화하고, 트레이드 쇼를 신설·분리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비지니스를 유도했다.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는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DDP에서 41개의 패션쇼를 펼쳤다.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제너레이션넥스트는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문래동 대선제분 공장에서 열렸으며 30개 브랜드가 9회의 합동 미니쇼와 1회의 단독 패션쇼를 선보였다. 또한 이곳에는 80개의 브랜드의 부스를 설치해 국내외 프레스 및 바이어와의 만남을 가졌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진입 문턱이 대폭 낮아진 것이 특징이다. 5년 이상 운영된 독립브랜드만 참가 가능했던 기준을 1년 이상 독립 브랜드부터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 제너레이션넥스트에 참가했던 ‘블라디스’ ‘블라인드니스’ ‘비엔비트웰브’ ‘알쉬미스트’ ‘요하닉스’ ‘참스’가 서울 컬렉션에 합류했다.
신설된 트레이드 쇼는 문래동의 대선제분에서 열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서울 외곽에 버려진 폐공장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한 대안공간으로 과거와 현재의 극적인 대비가 돋보여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우수 해외 패션 전문가로 구성된 글로벌 멘토링 시스템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사이먼 콜린스, 사라 마이노 등 해외 전문가 7인으로 멘토단을 만들어 국내 패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K패션의 글로벌 진출 노하우 및 해외 패션 브랜드 성공 사례와 요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들은 세미나가 끝난 뒤에도 디자이너 컨설팅 및 서울패션위크의 심사 등을 수행했다.
다양한 시민 행사를 마련해 패션 문화 축제로 발돋움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DDP 야외 공간에서는 패션위크 기간 동안 20여 개 디자이너 주얼리 브랜드가 ‘패션 주얼리 바자’를 열고 상품을 판매했다. DDP 에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참가 업체들이 시민 및 전문가들에게 홍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이 열리는 문래동 대선제분 공장에서는 푸드트럭 존이 설치돼 다양한 먹거리와 휴게 공간을 제공했다. 또한 행사 마지막날인 26일에는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의 전시부스를 일반에 공개하고 참가 브랜드의 샘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또한 모델 및 유명인의 애장품을 추첨해 시민의 애장품과 교환하는 ‘애장품 트레이드’ 이벤트도 진행됐다.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은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는 행사를 분리해 ‘서울컬렉션’은 국내외 프레스를 대상으로 홍보와 마케팅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은 전문 바이어와 디자이너들 간의 상담과 계약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트레이드 쇼로 진행되도록 했다”며 “트레이드 쇼는 단순 비즈니스 행사를 넘어서 한국 패션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한 패션 행사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컬렉션과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의 분리라는 과감한 시도는 프레스와 바이어 사이에서 혼선을 빚어내기도 했다.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의 트레이드쇼는 1일 2회, 12시와 4시에 진행됐는데, DDP에서 11시, 4시의 서울컬렉션을 보고 문래동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했다. 때문에 쇼가 끝나자마자 뛰어서 셔틀버스를 탔지만 쇼가 이미 시작해버려 입장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또한 제너레이션넥스트 서울의 합동쇼 또한 추후 보완해야할 요소로 보인다. 콘셉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무시한 채 세 개의 브랜드씩 엮어서 쇼를 세우는 바람에 브랜드 저마다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빅팍 (BIGPARK)박윤수 디자이너는 줄라이칼럼의 아트워크를 적용해 옷장 속 클래식한 아이템을 재해석했다. 여기에 비현실적인 컬러와 주요 프린트로 사용된 자작나무 숲 패턴을 믹스해 흥미를 더했다. 어느새 ‘빅팍’의 상징이 된 바이커 재킷과 오버사이즈 아우터는 런던의 빈티지 숍을 옮겨놓은 듯 형형색색의 앙상블을 보여줬다. 특히 부드럽게 물결치는 플라운스 장식은 입체적인 실루엣을 연출하면서 컬렉션 전반에 극적인 효과를 불어넣었다.
빅팍 |
송지오 (SONGZIO) 디자이너 송지오는 지난 컬렉션들에 이어 자연을 주제로 2016 F/W 컬렉션을 구성했다. 자연의 모습에서 완성된 그의 페인팅은 의상의 패턴과 질감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잎사귀와 나뭇가지, 바람이 스쳐 만들어낸 듯한 프린팅은 현실적인 느낌을 고조시켰다. 블랙 컬러를 바탕으로 사용해 통일감을 줬으며 부분적인 착장과 패턴에 강렬한 레드와 그린을 사용해 현대적인 매니쉬함을 발산했다.
송지오 |
메트로시티 (METROCITY)‘히피 해피 쉐이크’를 콘셉으로 행복한 보헤미안을 위한 고급스럽고 모던한 감성을 전달한 ‘메트로시티’. 스커트, 부츠, 핸드백 등에 가미된 프린지, 타슬, 러플 장식은 율동적이면서도 발랄함을 연출했다.
자유롭고 편안한 실루엣과 풍성한 텍스처, 섬세한 핸드메이드 패치워크와 꼬임 장식은 도심 속의 보헤미안 룩을 완성시켰다. 블랙과 화이트, 딥블루, 웜그레이 컬러를 메인으로 레드, 오렌지, 코발트 블루로 경쾌함을 살렸다.
메트로시티 |
소울팟스튜디오 (SOULPOTSTUDIO)김수진 디자이너는 전 인류의 보편적 경험인 ‘엄마와 나’의 관계를 컬렉션에 풀어냈다. 이 인연을 연결하는 탯줄, 배냇저고리, 포대기 등이 소울팟스튜디오 특유의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머금고 새로운 룩으로 다시 태어났다. 큼직한 코쿤 라인을 바탕으로 몸을 타고 흐르는 드레이핑과 미묘하게 엇갈리는 레이어링, 핸드 스티치 디테일 등 컬렉션 전반에 시적인 아름다움을 불어넣었다. 부드러운 뉴트럴 컬러는 쇼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소울팟스튜디오 |
프리마돈나 (FLEAMADONNA)다채로운 비비드컬러와 스팽글의 향연이었던 김지은 디자이너의 ‘프리마돈나’. 1980년대 밀라노의 산업 디자이너들의 모임인 ‘멤피스 디자인 그룹’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고 여기에 멤피스의 색감을 믹스해 무대를 꾸몄다. 데님, 퍼, 스팽글, 가죽 소재를 자유롭게 매치하면서 언밸런스한 대상을 영리하게 조화시켰으며 다채로운 컬러매치를 보여줬다. 피날레 후 모델들은 리드미컬한 음악에 몸을 흔들며 ‘프리마돈나’만의 펑키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리마돈나 |
로켓런치 (ROCKETXLUNCH)우진원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을 위해 불교의 기본교리를 공부하고 여러 시대의 탱화를 조사했다. 이 탱화를 모티브로 불교의 이상향인 ‘열반’을 스트리트 감성으로 풀었다. 탱화의 주요 컬러인 블루, 레드, 옐로, 그린 등 화려한 컬러로 구성하고 동양적인 곡선과 부처의 손, 곳곳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회화적으로 표현해내며 유머러스함도 놓치지 않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12가지 페이크 퍼 원단은 실제로 12간지 동물들의 털을 사용해 만들었다.
로켓런치 |
유저 (YOUSER)이무열 디자이너는 영화 <21그램>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21그램을 상징하는 아이템인 '초콜렛'은 자켓 위 로고로, ‘5센트 동전’은 팬츠의 단추로 박혔다. 전체적으로 스트리트 무드를 유지하면서 키치한 요소로 여유로움을 더했다. 또 남성에게 스커트를 입히고 여성 스커트에 체인을 달아 반대되는 개념이나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개 이상의 성질들을 조화롭게 엮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유저 |
뮌 (MUNN)한현민 디자이너의 2016 F/W 컬렉션은 클래식을 바탕으로 곳곳의 펑키한 요소들을 찾게 만드는 재미를 줬다. 포멀한 회색 수트에는 재킷의 소매와 바지의 정중앙에 노란 선이 세로로 늘어섰고, 스트라이프 데님 재킷의 걷어올린 소매 안감에는 노란 체크가 덧대어졌다. ‘뮌’의 아이덴티티인 ‘낯설게하기’ 철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디테일, 봉제 방법과 순서의 변화, 소재 개발과 실루엣 등에서 새로운 클래식을 제안했다.
뮌 |
부리 (BOURIE)감각적인 테일러링을 연구하는 조은혜 디자이너는 ‘부리’만의 남다른 개성을 보여줬다. 눈을 가리는 화이트 컬러의 뱅 스타일의 헤어와 함께 1970년대 무드를 런웨이에 반영했다. 제주도 해녀들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번 컬렉션은 잠수복에서 착안한 가죽 재킷과 스커트 수트가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운 디테일을 사용하면서도 중성적인 실루엣으로 젠더리스적 감성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부리 |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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