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화장품 불황 타계 비결
여자라서 고민이다. 매년 여름이면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하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앞에서 30분씩 고민해야 하며, 주름살 걱정 때문에 웃을 때마다 눈꼬리를 잡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경제력까지 고려하면 비극은 더욱 커진다. 1년에 두 번씩 화장대를 채우는―기본적인 것만 구비하려 해도―데는 상당한 금액이 든다. 그런데 이제 ‘3천300원’이면 스킨과 로션을 비롯한 색조 제품까지 주는 화장품 가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싸도 너무 싼’ 초저가 화장품, 비결은 무엇일까?
8월 2일 오후 1시 서울 명동의 화장품 숍 ‘미샤(MISSHA)’. 평일이지만 매장 안을 가득 메운 중·고생과 30∼40대 후반의 여성들은 테스트용으로 진열된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발라보느라 여념이 없다. 늘 백화점이나 쇼핑 거리는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이지만 정작 실수요자가 줄어든 요즘 같은 시기에 에이블시앤시(C&C)의 ‘미샤’는 ‘불황’이라는 단어를 잊었다. 매장을 방문한 이 중 2명 중 1명은 1천 원짜리 매니큐어 하나라도 사들고 나오게 만드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장에 진열된 모든 화장품의 가격대는 3천300∼9천800원. 기능성 제품의 경우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1/5배 크게는 1/20배 가격이다. 날씨가 더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힐 겸 들어왔다는 대학생 이유주(23) 씨는, “3천300원짜리 요구르트 팩을 구입했어요. 다른 곳은 거의 만원이 넘는 제품뿐이라 망설였는데, 여기는 정말 싸네요?”라며 뿌듯해했다. 이처럼 불황 속에서도 굳게 닫힌 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은 바로 이 믿을 수 없는 가격 때문이다.
유통마진 없애고 가격을 낮춰라
‘미샤’는 3천300원짜리 화장품을 팔아 2001년 28억, 2002년 33억, 2003년 130억 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550억원(출고가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700여 종에 이르는 전 제품의 평균가격을 4천원으로 잡을 때 2천만 개 이상을 팔아 국내 성인여성 1명이 적어도 1개를 사용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포장용지 가격, 제조사에서부터 소매점까지 거치는 복잡한 유통단계 마진, 톱 모델을 기용한 마케팅 비용 때문. “실제 화장품 가격에서 내용물의 원가는 3∼7%밖에 안 된다”라고 설명한 ‘미샤’의 마케팅 관계자는, “미샤는 포장을 생략하고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으며 단일 브랜드 매장이라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개척하여 오프라인에 진출한 케이스”라고 말한다.
제품 라인 중 80%를 코스맥스를 비롯한 16개 외부 업체에 맡긴 것도 원가 절감에 큰 작용을 했다. 자체 공장에서 각종 원가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 외부 업체에서 받는 납품가격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우재 수석연구원은, “예전엔 비용절감이 아웃소싱의 목적이었다”면서 “최근엔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역량 증대를 위해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한다.
품질 또한 정직하게
초저가 화장품 회사는 ‘싸기 때문에 품질이 나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우려를 ‘식물성 원료’만을 고집하며 잠재웠다. ‘미샤’는 보습·수렴·미백 효과가 있는 3가지 천연식물 추출물(오행초, 상백피, 하수오)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미샤’의 뒤를 잇는 ‘더 페이스 샵(THE FACE SHOP)’ 역시 프랑스 몽블랑의 빙하수를 베이스로 사과, 복숭아, 딸기 등의 여러 가지 과일과 아로마 허브, 홍삼, 창포 등의 성분을 함유한 제품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저가 화장품 업체‘캔디샵(CANDY SHOP)’도 자작나무, 녹차수 등으로 피부보습 및 영양을 공급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쌀 추출물 및 버드나무 추출물 등으로 만든 클렌징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별 컨셉 살린 고급 인테리어
가격이 싸다고 해서 시장바닥에 놓은 ‘땡처리’ 물건처럼 팔지 않는다. 매장 안은 백화점 부럽지 않게 깨끗하고 인테리어 역시 세련됐다. ‘미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레드 컬러로 매장을 산뜻하게 꾸몄고, ‘더 페이스 샵’은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컨셉에 맞추어 매장 중앙에 큰 나무를 세워놓고 그린 컬러로 인테리어를 장식했다.
‘미샤’ 명동점의 송하영 점장은, “처음 오신 분들은 싼 가격에 많이 의아해하세요. 하지만 한번 들렀다가 품질과 매장 분위기가 맘에 들어 단골이 된 손님들이 많아요”라고 말한다. ‘가격은 저렴하게 매장 인테리어는 최고급으로’를 외친 의류 브랜드 ‘머스트비’의 성공 전략과 같다.
빅 모델 기용, 가격 변동 없나?
‘더 페이스 샵’은 오픈 당시 화장품 광고의 정석이라는 미모의 모델 대신 화장품 재료로 광고를 제작했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연꽃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대나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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