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주의 월드 VMD 투어-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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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은 세월도 이긴다”

2013-08-30 오전 10:02:46

① 카페 또르또니


탱고와 낭만의 고장,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 곳 바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다. 영화 해피투게더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 영광스럽던 모습을 말해주듯 거리 곳곳엔 서구풍의 대리석 건물들이 즐비하다. 오전 일찍 시내 구경을 시작했지만 정오가 되기도 전에 살갗을 태울 듯이 강렬한 남미의 태양은 금방 몸을 지치게 만들었다.


태양을 피해 쉴만한 카페를 찾다가 외관부터 심상치 않은 카페를 발견했다. 물론, 길가에 줄을 지어 늘어선 인파가 이곳이 이미 유명한 명소임을 알려주었다. 입구에는 아르헨티나 사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곳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일찍부터 줄을 서 있었다.

대기하는 손님을 위해 나이 지긋한 웨이터가 미소를 띠며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을 자처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물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고객들에게 ‘어디서 왔는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얼마나 지낼 것인지, 어느 관광지에 가봤는지’ 등을 물어본다. 고객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 할까봐 말을 걸며 세심하게 살피는 정성스럽고도 자상한 모습에 덩달아 커피 맛도 벌써부터 큰 기대가 됐다.


② 카페의 역사를 알려주는 전시장 ③ 작은 공연이 펼쳐지는 카페 안의 무대 ④ 당대의 유명 인사들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서 카페에 전시해 놓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중독증’이 하나 있다면 바로 커피라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들의 뇌와 마음을 달래주는 생활필수품으로 거리 곳곳에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카페들이 유독 많은 곳이 부에노스아이레스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 들어간 카페 토르토니(Cafe Tortoni)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도시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듯 했다.


입구에는 프랑스산 샹들리에가 은은한 조명을 밝히고 있으며, 오랜 세월의 손때로 광택이 올라온 클래식한 의자와 테이블은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 주었다. 벽에는 이곳을 다녀간 유명 정치인, 문화인, 예술인들의 사진들이 걸려있어, 이곳이 얼마나 오래되고, 수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카페 토르토니(Cafe Tortoni)는 1858년에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가 처음 문을 연 곳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다.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지식인과 정치인 등 당시 유명 인사들의 모임 장소였다.


탱고 가수인 까를로스 가르델도 단골 중의 한 명이다. 매장 안쪽에는 당시 카페를 즐겨 찾았던 유명 인사의 실제 모습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서 전시해 놓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밀랍 인형의 주인공은 여덟살에 단편소설을 쓴 천재 작가 보르헤스다.


그는 도서관에서 태어나 도서관장으로 일했는데 평소 “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결국 책읽기로 시력을 잃고 말았다. 벽에는 그의 글과 시들이 남아서 그의 사상과 문학의 향기, 철학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⑤ 카페 내부


카페에서 특이한 것은 웨이터를 부르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흔히들 “아르헨티나 식당이나 카페의 종업원들은 왜 그리 불친절합니까. 손님이 테이블에 앉았는데도 찾아오질 않습니다. 시킬 것이 있어서 불렀는데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옆에 지나가는 종업원을 붙잡았는데도 기다리라고만 하고 사라져 버립니다” 아르헨티나를 검색하면 웨이터들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들이 수두룩하게 올라온다.


이미 검색이나 책으로 사전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우린 도어맨 아저씨가 안내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웨이터가 올 때 까지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풍채가 좋은 웨이터 한 분이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메뉴판을 보고 우린 가장 기본적인 커피 한 잔과 럼이 들어간 초콜릿 라떼, 작은 토스트와 샐러드를 시켰다. 웨이터는 “럼이 강할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조금 넣어서 기호에 맞게 조정하라”며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 새로운 손님이 왔는데 그 웨이터는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서로 껴안으면서 온몸으로 깊은 인사를 나누는 듯 했다. 순간 ‘가족, 친척이 왔나?’ 라고 착각 할 정도였다. 어쩜, 고객에게 저렇게 친절하게 가족처럼 대할까, 몇 십년된 된 단골고객이라면 몰라도.


⑥ 카페의 잔에 새겨진 글씨

이랑주 VMD연구소 대표
lmy7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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