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와 브랜드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 패션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패션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백화점 매장 전경. 특정 백화점 및 브랜드와 관련 없음. |
‘동의’ 13일 부도처리…기업회생 프로그램 대상도 출현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몸살을 앓던 국내 패션업계에 ‘부도’와 ‘구조조정’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여성복 기업인 시선그룹(대표 신완철)은 지난 17일 전직원들에게 “효율이 낮은 남성복 「켈번」과 여성복 「칼리아」 2개 브랜드를 정리할 것이며, 브랜드별 수익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앞으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순차적으로 구조 조정할 것을 예고하는 등 수익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기업은 올초 미샤에서 시선인터내셔날로 사명을 변경하고 계열사인 신신물산과 동영플러스까지 통합해 시선그룹으로 CI까지 선포했던 국내 여성복 시장의 간판 기업. 더욱이 최근에는 창립 22주년을 맞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까지 발표한 터라 시장의 충격은 더했다.
시선그룹은 「미샤」 「잇미샤」 「에스쏠레지아」 「커밍스텝」 「르윗」 등의 여성복과 남성복 「켈번」 등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 스포츠 시장에도 관심이 가지는 등 사세 확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샤」와 「잇미샤」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왔지만 최근 신규 브랜드를 무리하게 펼쳤으며, 특히 전문성 없는 남성복 시장에 준비없이 진출한 것이 부실로 연결됐다. M&A를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문어발식으로 덩치를 키운 것이 화를 자초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페이지플린」으로 잘 알려진 동의인터내셔날(대표 이철우)은 지난 13일자로 부도처리됐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13일자로 돌아온 20여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 됐으며 금융권 50여억원, 협력업체 미지급금 70여억원, 체불임금 6억원 등 170여억원의 미지급금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회사는 2년 전 주력 브랜드인 「머스트비」를 매각한 후 내실을 다져왔지만 백화점 위주의 유통망에서 비롯된 높은 유통비용과 판매부진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롯데백화점은 「페이지플린」에 상생지원금 지원과 판매대금 선지급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페이지플린」은 롯데 25개점을 포함 63개 유통망을 운영 중이다. 또 비슷한 규모의 여성복 기업 A사도 최근 기업회생 프로그램을 신청했으며, B사는 경영진을 모두 교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하락세인 백화점에 집중된 채널… 예고된 수순
이 같은 패션기업들의 어려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대부분 패션기업, 특히 여성복은 백화점 의존도가 70~80% 이상이다. 백화점 매출은 최근 몇 년간 계속 하락하는데 비해 판매 수수료, 인건비, 각종 비용 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입점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돼 왔다.
더욱이 최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자라」 「유니클로」 「H&M」 등에는 대형 면적에 낮은 판매수수료로 형평성에 어긋나는 대우로 일관함에 따라 자금력이 약한 국내 중소 패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은 해외 SPA 브랜드에는 20% 이하의 낮은 판매수수료를 책정하는 데 비해 국내 중소 패션업체에는 36~38%의 높은 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사원 인건비와 점포 인테리어비, 수선비, 택배비 등 모든 비용을 전가하고 있어 입점업체들은 평균 50% 이상의 판매관리비를 부담하고 있다.
무리한 신규 사업 진출과 외형 중심 경영도 패션업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패션업체들은 최근 불황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물량 확대와 가격 할인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는 판매 소진율 저하와 정상판매율 하락, 관리 비용 증가 등 ‘빈곤의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또 몇몇 여성복 기업들은 전문성 없이 남성복과 아웃도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부실을 키웠다. 아웃도어 시장은 이미 5조원 시장으로 포화상태이고, 특히 상위권 기업들이 연간 수백 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매스 시장임에도 ‘돈 된다’는 말만 믿고 무리하게 진출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업계 위기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패션업계 위기감 속에 업계 전체가 본격적인 저성장기로 접어든 만큼 외형 중심의 경영이 아닌 우리 기업과 브랜드의 환경과 체질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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