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일 줄 모르고 상승하던 패션잡화 시장의 성장이 멈췄다.
성장은 고사하고 두 자릿수 역신장율을 나타내며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4월말까지 리딩 브랜드인 「MCM」이 20%대 역신장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루이까또즈」는 12%, 「메트로시티」는 9% 역신장율을 나타내고 있다. 「러브캣」도 15% 빠졌으며, 한 동안 반짝했던 「빈폴액세서리」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큰폭으로 떨어졌다.
패션잡화 시장은 2000년대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신장했으며, 특히 「MCM」 「루이까또즈」 「닥스」 「메트로시티」 등 빅4는 100개 이내의 유통망에서 최대 3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MCM」은 3000억원을, 「루이까또즈」는 2100억원을 기록했다.
◇ 무리한 외형성장 정책이 화 자초
패션잡화 메이저의 역신장은 무엇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올 들어 아웃도어 스포츠 외에는 대부분 시장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패션잡화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상품에 대한 혁신이나 밸류에 대한 투자 없이 외형 성장 위주의 무리한 성장정책이 화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한 잡화업체 임원은 “매년 유사한 스타일의 상품을 출시하면서, 매년 5~10% 판매가를 인상해왔다.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늘어나고, 특히 홈쇼핑과 인터넷 유통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백화점 위주의 기존 브랜드들은 고객이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셀렉트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유니크한 디자인을 찾는 20~30대 고객들의 이탈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와 AK 등 백화점들은 지난달에도 패션잡화 대전 등의 타이틀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펼쳤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기록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시장흐름을 외면한 ‘자만심’도 한 몫 했다. 빅4 브랜드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특히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보다 유니크하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신생 브랜드인 「쿠론」이 3년만에 5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하고, 스트리트 위주로 펼치고 있는 『라파레뜨』가 주목받는 이유도 디자인의 신선함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기존 브랜드는 변화에 소극적이란 것이다.
성장 정체에 따른 조직개편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제이에스티나」는 조보영 상무를 퇴사시키고, 황의건 이사를 핸드백 사업본부장으로 내정했다. 초기 안착은 성공적이지만 상품 변화 없이는 상위권 진입이 어렵다는 오너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루이까또즈」는 조명희 CD와 헤어졌으며, 「MCM」은 임지혜 CD를 포함한 큰 폭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로만손 김기석 대표는 “기존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그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디자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상품을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여성복 경험이 있는 MD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 오리진 위한 해외 디렉터최대한 활용
브랜드 오리진을 찾기 위해 해외 유명 디렉터에 대한 의존도 높아지고 있다.
「루이까또즈」는 올 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실비 하다드(Sylvie Haddad)를 수석 디자이너로 계약했다. 이미 2011년부터 공동 작업을 진행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한달씩 국내에 머물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실비 하다드는 「칼라거펠트」와 「겐조」 「니나리치」 등에서 액세서리 디렉터를 거쳤다.
브랜딩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루이까또즈」는 상품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더해지면서 올들어 누적 매출이 마이너스 4% 선에서 선방하고 있다.
이에 앞서 「빈치스벤치」를 전개 중인 에스제이듀코는 2011년부터 빈센트 뒤 사르텔(Vincent du Sartel)을 총괄 디렉터로 영입해 활발히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빈센트는 「루이비통」 디자이너와 「로에베」 아트 디렉터 등 LVMH에서만 15년 근무한 실력파이며, 「페라가모」 「불가리」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 유수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에스제이듀코 신재호 부사장은 “초기에는 의사소통과 아이템 구성의 부조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3년차인 지금은 높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브랜드의 오리진을 만드는 노하우가 탁월하며 국내 디자이너들도 자유롭게 소통하며 차별화된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 면세 유통과 해외시장 진출도 병행
국내 시장 포화에 따른 새로운 채널 진출도 활발하다. 선발기업인 MCM은 올해 국내 면세 유통에서만 1000억원의 외형을 바라보고 있다. 백화점 유통에서 크게 역신장하고 있는 것을 면세에서 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사업도 올들어 30여개점 이상으로 유통망을 늘리는 등 적극적이다.
루이까또즈는 면세 유통을 14개로 늘렸으며, 오는 6월에는 상하이에 중대형 플래그십숍을 오픈하는 등 본격적인 중국 사업을 추진중이다.
국내 잡화시장은 분명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진입했다. 다소 비정상적인 고성장을 거듭해온 만큼 지금부터는 마케팅과 상품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특히 백화점 이외의 미래형 채널에 진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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