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유통업계 수퍼 갑인 롯데가 또 한번 ‘갑의 횡포’를 부려 패션업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잠실 석촌호수 주변에 제2롯데월드 쇼핑몰을 개발하고 있다. 123층의 높이와 8만745㎡(2만6500평)이란 규모에서 알 수 있듯 단일 쇼핑몰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롯데는 입점업체 유치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최저 임대료 보장제’를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패션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업 주체인 롯데자산개발 내 C2팀이 제시하고 있는 임대료는 165㎡(50평) 기준 보증금 6억원에 판매수수료 18% 수준. 최근 오픈한 여의도 IFC몰이 보증금 1~2억원에 판매수수료 13~15%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롯데는 165㎡ 기준 6500만원의 최저 임대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실제 판매하는 매출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 금액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패션업체들에게는 ‘수퍼 갑’으로 통하는 롯데백화점의 파워를 등에 업고 제시하고 있다.
한 중견업체 임원은 “500만원의 관리비를 포함하면 7000만원을 월 임대료로 지급해야 하는데, 판매수수료 18%를 적용하면 최소 4억원은 팔아야 본전이다. 개점 초기를 감안하고 요즘 경기를 생각하면 1억원 팔기도 버거운데, 이럴 경우 1억원 매출에 7000만원을 임대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판매사원 인건비와 인테리어비까지 감안하면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 입찰 방식으로 출혈경쟁 유도…상도의 무시
입점 경쟁이 심한 스포츠 전문관에서는 한 술 더 뜨고 있다.
한 멀티 브랜드숍 관계자는 “롯데는 월 매출 하한선에 대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입점 업체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롯데는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의 매출 하한선을 의도적으로 흘려 출혈 경쟁을 유도하는 등 상도의를 어기고 있다. L사가 4억원을 제시했다는데, 그럴 경우 임대료 7200만원, 관리비 500만원 등 7700만원을 매월 롯데에 지급해야 한다. 또 판매사원 인건비 700~800만원까지 더하면 8600만원 안팎의 고정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임대료가 비싼 만큼 입점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이미 패션업체들은 제2 롯데월드가 가져올 상징성과 성장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쉽게 포기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겉으로는 내부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롯데백화점’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 고민의 골이 깊다.
패션업계에선 “롯데도 천문학적인 투자 개발비를 조기 회수해야겠지만 시간을 두고 같이 키워야 하는 유통의 현실을 감안하면 임대 보증금을 낮춰야 한다. 더욱이 최저 임대료를 보장해 놓는다면 롯데는 초기엔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계약 기간이 지나서는 현재 백화점 수준으로 판매수수료를 높일 것이 뻔하다”며 한 목소리로 원망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루이비통」「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는 10% 이하,「자라」「유니클로」등 해외 SPA 브랜드는 20% 이하의 판매수수료를 받는데 비해 국내 패션업체들이 운영하는 브랜드에는 해외 브랜드의 2, 3배인 36~39%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최근 영플라자에 신규 입점하고 있는 온라인 및 스트리트 브랜드에도 20% 안팎의 저렴한 수수료를 제안하고 있지만 대부분 점포에서 영업 중인 내셔널 브랜드엔 여전히 높은 수수료에 파견 판매사원에 대한 차별 대우, 백화점 지정 인테리어 업체 시공 등 갖은 종류의 ‘갑의 횡포’로 일관하고 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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