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면상권에서 외형 1위를 달리고 있는 A사 B브랜드는 지난해 전년대비 외형이 10% 줄었다. 경기 침체란 일반적인 영향도 있지만, 성숙기인 것을 감안해 디자인수와 물량을 조정한 영향이 컸다. 이런 까닭에 외형은 줄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 A사는 최근 6년간 보유 브랜드가 9개로 늘어났다. 주력 시장인 여성복 3개를 신규 출시한 것을 비롯 남성복, 아웃도어에서도 3개를 선보였으며, 남성복 기업 하나를 인수하기도 했다. 브랜드 숫자가 늘어난 탓에 외형은 1조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B 브랜드 하나를 제외하곤 이익을 내는 것이 없다. 한 때 최고의 ‘돈 벼락 맞고 있다’고까지 했던 이 기업은 최근 금융권에서 수 백 억원을 차입해서 손실을 메우고 있다.
# 패션잡화 시장의 대표 기업인 C사는 최근 전직원의 30% 가까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단일 브랜드 외형 3000억원대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지만, 외형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물량 밀어내기를 한 탓에 고객들의 외면을 면키 어려웠다. 이 회사는 올 들어 외형이 20% 이상 축소되고 있다.
파죽지세로 외형을 확장하던 ‘리딩 컴퍼니’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1, 2년간 국내 패션시장이 소비침체에 따른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을 주도하던 상위권 브랜드까지 요동치고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A사는 2000년대 이후 내수시장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무리한 신규 사업으로 인해 ‘차입 경영’을 하기에 이르렀다. C사 또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내수시장에서 성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권까지 인수했지만, 과다한 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소비자 로열티 하락과 구매 트렌드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 성숙기 환경에 걸맞는 포트폴리오 필요
국내 패션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이지 캐주얼과 어덜트 캐주얼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스 밸류’ 마켓이 급성장 했으며, 더욱이 온라인과 해외 SPA 등 새로운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성숙기로 진입하게 됐다. 반면 소비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세 하락 △초기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등으로 구매력이 빠르게 감소했다.
한 경영 컨설턴트는 “롱 테일(long tail)로 가기 위한 중장기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기업이나 브랜드 외형이 1/5 수준으로 줄더라도 생존은 물론 이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 패션기업들은 1차 성장 이후 이와 유사한 성격의 브랜드를 연이어 출시해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함으로써 성숙기 시장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많은 브랜드를 출시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성장하거나 위험을 분산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발 브랜드 시장을 깎아먹고, 심지어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유통망이나 물량을 무리하게 늘림으로써 스필 오버(spillover)를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상시 구조조정 병행돼야
최근 국내 패션기업 경영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높다. 한 중견 기업 경영자는 “36%대의 백화점 판매수수료를 물고, 한 브랜드에 20여명의 상품기획 인력을 상시 보유해서는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내부 인력들이 시즌 기획을 해서는 유니크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소비자들 입맛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상품기획 방식에서부터 소싱, 판매 및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에 걸쳐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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