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 묻어나는 신진 가방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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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아이덴티티, 우수한 품질로 승부

2012-11-05 오전 10:37:18


이태원 「스펙테이터」 쇼룸에 색다른 상품이 지난달 26일 진열됐다. 노랑, 주황 등 화려한 색을 입은 가방들은 우주 비행복, 우주선에서 들려올 법한 효과음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제품들은 신진 디자이너 원덕현씨가 전개하는 가방 브랜드 「블랭코브」의 상품이다. 이날 행사는 컬렉션의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는 ‘뮤턴트(돌연변이) 미션’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새로운 컬렉션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다양한 와펜으로 장식한 토드백은 완판됐다.


원 디자이너는 본질적인 기능에 집중한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방을 제작한다. 견고한 코듀라 원단, 최고급 부자재를 사용해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많이 파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블랭코브」처럼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우수한 품질력으로 승부하는 신진 가방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블랙쉽」 「레일로드워커스」 등의 브랜드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는 물론 바이어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가고 있으며 특히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호응이 뜨겁다.


◇ 해외 바이어 러브콜 잇달아
「블랭코브」도 해외에서 먼저 주목한 케이스다. 지난해 홍콩 패션 웹진 하이프비스트와 뉴욕 웹진 하이스노바이어티는 브랜드 소개 기사를 게재하며 견고한 디자인과 감각적인 룩북을 호평했다.


「블랙쉽」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클래식 아웃도어를 표방한다. 왁스코튼을 사용해 생활 방수가 가능하고 상처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카누백’, ‘헌팅백’ 등 매 시즌 다른 테마로 컬렉션을 전개하는 것도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박태환 디자이너는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도 이렇게 독창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있는 줄 몰랐다며 관심을 표한다. 지난 시즌에는 뉴욕의 셀렉트 숍에서 거래 제안을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빈티지 콘셉의 「레일로드워커스」는 투박하면서도 견고한 가방을 만든다. 원단과 부자재를 미국에서 공수해 거칠게 에이징 가공, 특유의 멋스러움을 끌어낸다. 최근에는 패션 트레이드 쇼 ‘룸스링크 서울’에 참가해 해외 바이어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 헤리티지 가방의 빈자리 채우다
바이어들은 위 브랜드들의 제품을 보고 한 번 놀라고, 운영 과정에 또 한 번 놀란다. 디자이너 혼자서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일도 없이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이 어려운 길은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들은 ‘사고 싶은 가방이 없어서’라고 답한다. 남성들이 멜 만한 가방을 취급하는 브랜드가 극히 적은데다 품질과 디자인의 만족도가 높은 곳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김승준 디자이너는 “헤리티지에 대한 갈증을 자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브랜드를 만들었다”며 “국내 생산 능력이나 기술력은 우수한 편이나 관심의 부족으로 좋은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품질력을 높일 수 있는 옛날 방식의 공정을 찾아다니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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