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 상표권은 FGF, 한글은 톰보이가 보유
일본 최대의 셀렉트숍 ‘빔스(Beams)’ 도입을 둘러싼 국내 패션기업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최근 제일모직이 『빔스』 도입을 위한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태원에 매장 부지 선정과 전담 인력 영입을 위해 국내 셀렉트숍 업계의 유력 인사와 잇달아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부 조건을 조율하던 10월 중순 협상이 결렬되고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수년 전부터 제일모직과 에프지에프를 비롯해 중견급 몇몇 패션기업은 일본 빔스사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곳은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 직속 전략실을 주축으로 추진된 이번 프로젝트는 1년여에 걸친 협의 과정을 거치며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사업이 진척된 상황. 하지만 상표권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수포로 돌아갔다.
『빔스』의 국내 상표권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톰보이(대표 조병하)와 에프지에프(대표 최진원)로 나뉘어 있다. 한글 상표인 ‘빔스’는 톰보이가, 영문 상표인 ‘BEAMS’는 에프지에프가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양쪽 모두와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최근 상표권 분쟁과 관련한 판결에서 ‘등록 우선주의’보다 ‘사용주의’가 강조되고 있어 다소간의 무리를 감수하더라도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에프지에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표권을 보유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 브랜드를 들여와 전개한다면 법적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것.
제일모직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었지만 대기업으로서 상도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자칫 대기업 횡포 논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우세해지면서 최종 결렬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 보호센터장은 “현행법상 등록 우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표권을 등록한 회사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맞지만 최근 유사한 분쟁 사례에서 사용주의가 강조되면서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결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에프지에프는 『빔스』 도입에 다소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BEAMS’ 뿐만 아니라 ‘BEAMS BOYS’ ‘BEAMS BY GF’ 등 관련 상표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브랜드인 「인터메조」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경험도 일본측 입장에서는 신뢰할만한 요소다.
다만 내부적으로 사업성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에프지에프 관계자는 “일본 빔스사와 수 년에 걸쳐 긍정적인 의사를 주고 받는 과정에 있으며 아직 시장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한 상태”라며 “그러나 일본 빔스가 국내 진출을 하게 된다면 파트너는 에프지에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빔스』는 지난 1976년 론칭해 『십스(Ships)』 『유나이티드 애로우즈(United Arrows)』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3대 셀렉트숍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수 년 사이 셀렉트숍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심심찮게 이름을 들을 수 있다.
그 유명세 만큼 패션 시장에서의 관심도 높다. 특히 글로벌 SPA브랜드와의 경쟁에서 한 발 뒤져있는 국내 패션기업으로써는 구미가 당길만한 파트너다.
국내 진출과 관련 일본 빔스사에 수 차례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빔스사 홍보 담당자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일관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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