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중심에 모델리스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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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소재·봉재까지 꿰뚫어야 좋은 패턴 만들어

2012-10-24 오후 9:28:45


매 시즌 새 컬렉션을 발표하는 패션쇼 현장,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쇼가 끝난 후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디자이너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디자인, 패턴, 봉제, 스타일링 등 많은 사람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패션쇼지만 주목을 받는 것은 대개 디자이너다. 모델리스트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모델리스트의 현주소를 조명해보고자 제일모직, 신원, 이상봉, 우영미 등 패션 브랜드의 수석 모델리스트, 패턴 연구소 대표 등 6명의 현직 종사자들을 만나봤다.


◇모델리스트 중요성 강조해야
모델리스트는 디자이너가 구상한 스케치화를 바탕으로 소재, 디테일, 디자인 특성을 반영한 옷본(패턴)을 제작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패턴 설계는 의상 제작의 뼈대가 되는 작업으로, 섬세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필요로 하며 가장 중요한 역할로 손꼽힌다.
김인철 「이상봉」 모델리스트는 “패턴은 종합 학문이며 과학이다. 형태를 만들어내는 능력, 감각적 요소, 문제 처리 방식에 대한 노하우 등 미적인 부분부터 기술적인 것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모델리스트의 일은 디자인을 구체화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도 패턴을 알아야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리스트는 과학적인 설계를 통해 패턴을 만드는 것은 물론,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필요하고, 봉제 방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하는 등 전반적인 과정에 능통한 ‘만능 엔터테이너’와 같은 존재다. 대개 수십년의 경력을 갖고 있는 모델리스트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은 기술 장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조극영 「솔리드 옴므」 모델리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력이 늘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경력을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한근 「반하트 디 알바자」 모델리스트는 “모델리스트와 디자이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분야를 인정하며 호흡을 맞춰가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모델리스트가 디자이너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 후배 양성 시급한 상황
최근 모델리스트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좁은 취업문을 뚫는 것은 쉽지않다.
전상록 「빈폴」 모델리스트는 “1년에 한 번 공채를 통해 2~3명 정도 선발한다. 공채는 매년 시행하는 것은 아니고, 수시 채용으로 인원을 보충하는 편이다. 개발팀의 ‘패턴 보조’ 자리도 사라져 가고 있어 신입이 뛰어들 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모델리스트가 만든 패턴은 바로 생산라인을 거쳐 제품화 된다. 만에 하나 패턴 상에서 오차, 실수가 있다면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고도의 주의를 요한다. 회사의 손익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모델리스트 업계는 경력직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 일일이 가르쳐야 하는 신입보다는 능숙하게 일을 다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임사여 ‘Studio VECSE’ 모델리스트는 “예를 들어 일반인이 일류 요리사의 레시피를 받아 그대로 요리를 해도, 맛있는 그 맛을 내긴 힘들다. 그 안에는 한 마디로 표현 할 수 없는 노하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모델리스트에게도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후배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희망자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패턴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민석 패션 연구소 ‘Modern Line’ 모델리스트는 “한 학기 강의나 일회성 특강으로는 모델리스트 양성에 턱없이 부족하다. 바로 실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식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모델리스트의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성 프로그램이 없는 것뿐 아니라 모델리스트와 관련한 정부 지원 사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도 문제 되고 있다. 서울시가 2001년부터 모델리스트 발굴 및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모델리스트콘테스트’가 가장 대표적인 행사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6명의 모델리스트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의 활발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민경 기자
jm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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