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카페, 클럽, 각양각색의 패션 스토어가 즐비한 이 곳엔 주말마다 나들이족, 독특한 옷차림의 쇼퍼들, 버스커(거리에서 공연하는 음악인)와 구경꾼 등 문화를 호흡하고자 하는 ‘청춘’들이 모여든다. “이미 놀거리가 포화상태에 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홍대엔 여전히 ‘홍대다운’ 문화 공간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최근 등장한 셀렉트숍들도 다분히 ‘홍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맨하탄스』 『헨즈』 『어코브스토어』 등 지난 5~6월 문을 연 이 따끈따끈한 셀렉트숍들은 젊은 오너의 톡톡 튀는 감각과 독특한 문화 요소로 중무장했다.
이들은 모두 메인 스트리트에서 벗어난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오히려 ‘숨겨져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물어물어 이 곳을 찾는다.
음악, 빈티지, 클래식 등의 문화 요소로 발걸음을 이끄는 공간. 홍대의 숨겨진 보물섬같은 셀렉트숍 3 곳을 소개한다.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열광하고 싶다면_헨즈
「스와거」·「페노메논」의 딜러숍으로 유명세를 탄 ‘플라가(PLAGA)’와 도메스틱 모자 브랜드 「브리즈웨이」가 손을 잡았다.
국내 리테일 시장에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두 패션 레이블이 이번엔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제대로 선보이겠다고 나섰다. 이들의 합작품 『헨즈』는 스트리트 패션과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셀렉트숍이다.

『헨즈』는 번잡한 홍대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동교동에 자리잡고 있다. 주택가를 형성한 곳으로,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 노는 풍경이 ‘언더그라운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헨즈』에는 서브 컬처 마니아들이 가득하다. 삐딱하게 쓴 뉴에라(힙합) 모자에 그래픽 티셔츠, 치노 팬츠를 입은 사람들은 저마다 큼직한 헤드폰을 목에 걸고 있다. 이들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듣고, 함께 소통하기 위해 『헨즈』를 찾는다. 『헨즈』에선 누구라도 국내 희귀 LP와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매장 한 켠에 마련된 턴 테이블이 마치 “이 곳은 진정한 사운드 라이브러리!”라고 외치는 듯 하다.
◇‘한땀 한땀’ 손 때가 묻어나는 토털숍_어코브스토어
『어코브스토어』의 외관을 보면 ‘커스텀 테일러’가 떠오른다. 오랜 시간 묵묵히 정통성을 지켜온 이태원의 양장점처럼 멋스럽고 클래식하다.
매장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감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적갈색 벽돌로 장식한 벽면과 투박한 목재 선반, 가죽 스트랩이 걸린 박제 사슴뿔 등 곳곳의 인테리어 요소가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이탈리아 정통 클래식이나 아메리칸 클래식 브랜드를 취급할 것 같지만, 『어코브스토어』는 90% 이상이 순수 국내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어코브스토어』 이경화 대표(33)의 브랜드 선택 기준은 명확하다. 이탈리아 장인의 ‘한땀 한땀’ 수공예품 못지 않게 국내 디자이너 손 끝도 야무지다는 것이 그의 지론. 따라서 이 대표는 수작업으로 완성된 국내 브랜드 중 디자이너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을 고른다.
미국 빈티지 닥터백을 해체하고 얻은 부품으로 재조합한 「레일로드워커스」와 가죽 재단부터 봉제까지 수작업으로 완성된 「커스텀리퍼블릭」, 실제로 집에서 제작하는 「홈메이드」, 일일이 아플리케 작업한 대형 성조기까지. 따라서 고객들은 『어코브스토어』를 ‘수공예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뉴욕 맨해튼 거리가 그대로_맨하탄스
『맨하탄스』는 이름 그대로 맨해튼 곳곳의 특색 있는 문화를 구현해 낸 셀렉트숍이다. 다양한 인종, 스타일, 문화가 어우러진 맨해튼 거리의 낡은 앤틱숍을 연상시킨다. 매장 벽면에 걸린 맨해튼 야경과 맥주병, 공군 헬멧 등의 소품에서 미국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
『맨하탄스』 콘셉의 포인트는 아메리칸 정통 빈티지. 매장은 90% 이상의 미국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로 채워져 있다. 국내에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저마다 인상적인 메시지와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브랜드들이다.

『맨하탄스』의 노성진 대표(28)는 고객들에게 ‘스토리텔러’로 통한다. 그는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상품에 담긴 의미와 스토리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폴링휘슬」의 휘슬 목걸이가 콩고 내전의 참혹함을 알리고 전쟁으로 피해 본 사람들을 위한 캠페인 제품이라는 것, 온도계를 꽂을 수 있는 디테일의 「앰팔」 모자가 요리사를 위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그를 통해 더 재미있게 전달된다.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 주인장의 입담, 독특한 미국 빈티지가 사람들이 『맨하탄스』를 찾는 이유다.
김하나 기자
khn@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