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 주도로 과감한 투자…1~2년 내 반전 가능
'한국형 SPA’에 대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오너의 강한 의지, 빠른 의사결정으로 ‘한국형 SPA’의 모델이 자리잡아 가는 것.
그간 국내 패션계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 해외 SPA 브랜드의 파상공세에 밀려 안방까지 내 줄 위기였다. 이랜드그룹이 2009년 하반기부터 「스파오」와 「미쏘」 등으로 ‘한국형 SPA’ 모델을 선보였지만, 2001아울렛과 NC백화점 등 자사 유통에 안주한 탓에 견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최근 제일모직과 신성통상 등 국내 패션 시장의 대표 주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은 올들어 「에잇세컨즈」와 「탑텐」을 각각 출시했으며, 명동과 가로수길, 강남역, 홍대입구, 대학로 등 서울 핵심 상권에 대형 직영 점포를 꽂으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센」과 「폴햄」 등 기존 브랜드들도 외곽 상권에서부터 SPA 모델을 검증하고 있으며, 「트윈키즈」로 아동복 시장을 평정한 참존어패럴은 베이비&키즈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 오너의 강한 의지, 빠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져
특히 이들은 오너가 직접 진두지휘 함에 따라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 투자금이 필요한 직영 점포를 과감히 개점하고 있다.
「탑텐」을 출시한 신성통상은 초창기 대부분 의사결정을 오너인 염태순 회장이 직접 결정한다. 특히 점포당 20~50억원이 투자되는 직영점은 오너가 아니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1호점인 대학로에 이어 명동 1호점, 홍대입구, 명동 2호점, 코엑스점, 강남점, 인천 스퀘어원 등 대부분 점포를 계약하기까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탑텐」은 현재 가로수길과 서울대 입구, 명동 3호점에 대해 조건을 조율 중이며 연말 이전에 12호점까지 확대하는 등 사업 초기 초스피드로 선점할 방침이다. SPA는 재고 회전율이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A급 상권에 무조건 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염태순 회장은 “물론 SPA 사업이 단위 점포당 수익률이 중요하지만 「탑텐」의 경우엔 다르다. 이미 3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이 사업을 위한 생산공장에 투자했다. 점포 출점 이후 소비자가 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 싸고 좋은 제품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점포 출점은 물론 상품개발과 생산, 물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소비자 관점에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탑텐」의 전략이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충청점, 롯데 영플라자 등 백화점 유통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현대 충청점은 해외 SPA 브랜드를 제치고 1층 로열 스페이스를 차지하는 등 ‘삼성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트윈키즈 365」란 베이비&키즈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를 준비중인 참존어패럴도 빠른 의사결정이 돋보인다.
이 회사 문일우 사장은 지난해부터 신규 사업을 위해 수 차례 유럽과 일본 시장을 직접 방문 조사했으며, 최근 사업 모델이 개발된 이후에는 도심형과 외곽 상권형 점포를 직접 확정했다. 정점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해 도전하는 것은 오너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문일우 사장의 지론이다.

◇ K-POP과 갤럭시 만든 ‘한국 스타일’로 승부
「에잇세컨즈」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3000디자인을 선보였다. 80여명의 디자이너와 모델리스트가 ‘늘 새롭게’를 모토로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출고하고 있다.
사업 초기인 관계로 로트(lot)는 많지 않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최대한 빨리 찾아 대응하고 있다.
「에잇세컨즈」 안선진 기획부장은 “SPA는 매스(Mass)가 기본이지만 셀렉트숍의 아기자기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인테리어와 소품을 통해 『텐코르소꼬모』와 같은 감성을 표현하고, 늘 다양하고 신선한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를 감동시키겠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자라」와 「H&M」에 버금가는 패션성을 보여주면서도 품질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에잇세컨즈」 고유 컬러와 한국 소비자 체형을 고려한 아우터 핏을 강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 SPA 브랜드 관계자도 ‘한국 SPA’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해외 SPA 브랜드 경영자 A 씨(53)는 “SPA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기존 시장을 잠식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SPA=다양성’에서 출발해야 하고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한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형 SPA는 늘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효율을 생각하다보면 기존 시장을 나눠먹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가격 싸움만 치열하게 하게된다”고 주장했다.
◇ 상권에 맞는 최적화 모델로 경쟁력 확보
위비스는 최근 인천 만수동에 495㎡ 규모의 「지센SPA」 2호점을 오픈했다. 이 점포는 지역밀착형 유통이긴 하지만 월 500만원의 월세로 계약함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연이어 오픈한 연신내점과 노원점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점포를 개점했다.
국내 캐주얼 마켓의 대표 주자 「폴햄」을 전개 중인 에이션패션도 최근 화전 항공대학 입구에 「폴햄 팩토리」 1호점을 오픈했다. 베이직 아이템에 대한 절대 비교우위 경쟁력을 기반으로 거대한 외형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역 상권에 알맞은 모델 최적화 되고 기능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성장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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