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핸드백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이 시그니처 로고를 강조한 핸드백에 식상함을 느껴 이를 대신할 신흥 강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가 코오롱 FnC의 「쿠론」과 로만손의 「제이에스티나」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쿠론」은 코오롱 FnC의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 사업으로 쌓아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방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핸드백 시장을 주도하는 이 두 브랜드의 디렉터 석정혜 「쿠론」 이사와 조보영 「제이에스티나」 상무를 만났다.


「쿠론」석정혜 이사
“인기 요인요? 「쿠론」만의 독특한 컬러감이죠”
3년전 서울 청담동 패셔니스타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쿠론」 백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현재 전국 여성들이 「쿠론」에 열광한다. 스테디셀러인 ‘스테파니백’은 말 그대로 없어서 못파는 가방이다. 소비자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두 달이 넘는 시간도 기꺼이 기다린다.
덕분에 불황속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180억원 이라는 매출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주요 백화점 매장 및 면세점에 34개 유통망을 갖췄으며 올해에는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석정혜 FnC 코오롱 이사(46)를 국제전화로 취재했다.
◇창의적인 컬러에 여심 흔들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법이 뭘까? 석정혜 이사는 “단연 컬러감이죠.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컬러는 있어도 똑같은 컬러는 없어요. 더욱 매력적인 컬러를 표현해냈기 때문이죠”라며 자신감에 찬 어조로 답했다.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스테파니 블루에 이어 올해 레드 오렌지 컬러가 히트했다. 어느덧 소비자들에게는 ‘「쿠론」=컬러’로 연상되고 있을 정도다.
석 이사는 컬러와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자연과 주변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그는 나뭇잎의 변화, 환경의 컬러, 사람들의 옷차림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디자인에 적용한다.
올 가을/겨울에는 지난 영국 출장에서 느꼈던 절재된 모던함과 클래식이 적절히 조화된 건축양식에서 영향을 받았다. 또 미술가 서도호 작가의 작품을 보고 느낀 공간의 재구성을 컬렉션에 담아냈다.
최고 수준의 소재 또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석 이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가죽공장을 찾아가 컬러와 품질을 확인하고 직접 주문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품질의 가죽을 적절한 가격에 제안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 내가 갖고 싶은 백이 通했다
석정혜 이사는 20년 전 한섬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3년간 일을하며 처음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퇴사하고 1995년부터는 OEM 가방 사업을 하기도 했다.
“제가 갖고 싶은 디자인의 가방을 직접 만들어 메고 다녔어요. 그런데 어느날 한 재벌가 부인이 제 가방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 가방이 어디 제품이냐’‘어디가면 살 수 있냐’고 물었죠.”
상류층 사이에서 석정혜가 만든 가방은 ‘특별한 제작품’이라고 소문이 퍼졌다. 점차 주문량이 늘어나자, 석 이사는 2009년 4월 청담동에 매장을 열었다. 사모님, 셀러브리티, 스타일리스트 등 패션 좀 안다는 사람은 다 몰렸다. 대기업의 러브콜도 잇따랐다. 그녀는 고심끝에 코오롱FnC와 손을 잡았다.
석 이사는 “앞으로도 진정성을 갖고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쿠론」만의 독창적인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제이에스티나」조보영 상무
“크리에이티브 감성으로 여심 사로 잡았죠”
◇디자인에도 사업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
“ 제이에스티나」가 비즈니스의 정석을 바랐다면 저를 영입하지 않았겠죠. 제품 디자인부터, 프로모션, 매장 인테리어까지, 재미 있고 남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제이에스티나」 핸드백 사업부가 조 상무의 가치 중 가장 신뢰하는 부분은 ‘창의적인 감각’이다. 그는 브랜드 네임 밸류를 중시하는 국내 핸드백 시장에서 ‘제품’으로 승부하기 위해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감성이 깃든 핸드백을 내 놓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론칭 행사서부터 빛을 발했다. 「제이에스티나」가 핸드백을 론칭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업계는 핑크빛 ‘소녀’를 떠올렸지만 그는 ‘시크’라는 콘셉을 전면에 내세웠다. 퍼플, 레드, 골드, 블랙 등 컬러 선택도 의외였고, 우아한 디자인에 힙합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스트리트 패션 요소를 가미한 점도 독특했다.
◇25년간 쌓은 핸드백 인프라
조 상무는 2011년 9월 론칭한 「제이에스티나」 핸드백의 ‘A to Z’를 관장하고 있다.
“「제이에스티나」에서 마켓의 흐름을 빠르게 인식하고, 시류에 맞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전문가도 아닌 CD 출신 저에게 핸드백 사업 전권을 맡겼으니까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의 화려한 이력과 핸드백 시장에서 쌓은 인프라를 알게 된다면 ‘「제이에스티나」의 선택이 옳았다’에 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는 1988년 당대 최고의 핸드백 수출 기업인 청산에서 근무한 후 13년간 「MC M」의 CD로 활동했다. 「MCM」이 2000억대 브랜드로 성장하는 단계 속에서 사업 노하우를 쌓은 것이다. 이후 제일모직 레이디스 사업부에 몸 담았던 그는 2011년 김 대표와 손잡고 「제이에스티나」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지휘관을 맡게 됐다.
◇「제이에스티나」 매출 승승장구
지난해 9월 론칭한 「제이에스티나」 핸드백은 이제 갓 출발한 1년차 브랜드지만 작년 12월 입점한 롯데백화점에서 2개월만에 월 매출 2억 5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현재 2012 S/S 신상품이 높은 판매 신장율을 보이고 있어 애초 180억으로 계획했던 올 목표 매출도 300억으로 확대한 상태다. 「제이에스티나」 핸드백 사업부는 기세를 몰아 2015년까지 1000억대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각오다.
조 상무는 “브랜드도 하나의 생명체라고 생각해요. 25년간 많은 브랜드의 생명 주기를 지켜보면서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 감성’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로컬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로 양분화됐던 국내 핸드백 시장에서 「제이에스티나」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도 크리에이티브 감성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하나 기자 khn@fi.co.kr
최은시내 / 김하나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