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패션 대기업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의 무분별한 신규 SPA 사업 확대가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연간 1조7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패션 대기업이 SPA 붐을 좇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 이유다. 이랜드그룹이 SPA 사업에 손댄 것은 3년 전부터. 2009년 「스파오」, 2010년 「미쏘」를 론칭했으나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스파오」의 경우, 명동과 성신여대, 구로 W몰, 대구 동성로, 부산 서면을 제외한 32개 매장이 모두 계열사 유통망에 입점해 ‘국내 대표’가 아니라 ‘이랜드리테일 대표’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이랜드측은 올 하반기 「후아유」 「스태프」 「디아」를 SPA로 전환 재론칭 한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스파오」와 「미쏘」도 죽쑤고 있는 마당에 SPA 사업에 대한 중장기 전략도 없이 무조건 대형 매장에 다양한 구색, 싼 가격만으로 SPA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브랜드들을 죽이려는 대기업의 못된 심보 아니냐는 지적이다.
캐주얼 브랜드 A사의 이 모 본부장은 “이랜드 SPA 브랜드들은 평균 배수가 2~2.5 수준이라 아직까지도 투자비용 회수도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에 매장을 크게 입점시키고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SPA 브랜드가 될 수는 없다. 또 무늬만 SPA이지, 실제 운영 구조는 별반 달라진 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랜드리테일에 입점된 타사 브랜드에 대해서는 최근 일괄적으로 판매수수료 3%를 인상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사 브랜드는 ‘홈 어드벤티지’를 무기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도의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운영 방식도 SPA는 기획에서부터 소싱, 판매에 이르기까지 언더 컨트롤 할 수 있음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펼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랜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랜드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브랜드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혼선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랜드월드 김 모 차장은 “SPA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의 뒷받침과 함께 새로운 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못한 채 급조해서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파오」나 「미쏘」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분석해서 새 브랜드 론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브랜드간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어 기획과 소싱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패션 대기업답게 이랜드는 당장의 손익보다 진정한 국가대표 SPA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편 이랜드가 새롭게 론칭하는 SPA인 「후아유」는 명동 「갭」 자리에 990㎡(300평) 규모로, 가격은 기존보다 20~30% 가량 낮다. 또 스타일 숫자도 연간 450~500개에서 300개 안팎으로 줄이고 스타일별로 컬러 수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강남역점은 기존 자리에서 SPA를 1개 층 더 추가해 825㎡(250평) 규모로 재단장한다. 기존 대리점(4개)은 광주 충장로점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대형화할 예정.
데코네티션을 통해 전개하는 「디아」도 가격을 약 30% 낮추고 점진적으로 대형화할 방침이다. 또 이랜드리테일 소속 PB였던 「스태프」는 올 초 이랜드월드 캐주얼사업부로 흡수해 SPA 형태로 전환을 준비 중이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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