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명령 1호, ‘현금 유동성 확보’
엘지패션(회장 구본걸)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엘지패션은 지난해 말부터 지나친 재고 증가로 시작된 재무 부실이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 하락으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현금 유동성 부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결국 지난해에는 재고에 한방 맞고 올해는 매출 하락으로 또 다시 연타를 맞으면서 엘지패션 전체가 휘청인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 출범한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 브랜드인 「인터스포츠」와 「닥스 종합관」·「엘지패션 종합관」·「TNGT」 등, 직영점 위주의 브랜드 전개에 대규모 현금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엘지패션은 직영점 비중이 80%, 대리점 비중은 20%로 직영점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구조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엘지패션이 지난해부터 재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 엘지패션은 시장을 잘못 예측한 결과 과잉 생산과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넘쳐났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가 가장 심각해 기존 유통망 항의에도 불구하고 홈쇼핑 방영까지 하면서 재고 소진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평소 구본걸 회장은 “엘지패션은 현장 재고까지 포함해 총 8500억원은 넘지 않아야 한다. 1조원이 넘으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자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엘지패션이 올해 1/4분기 원가 개념의 재고 자산이 3791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 씨는 “올해는 ‘불경기에 대비하라’는 오너의 지시로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브랜드별로 전년대비 30~40%씩 물량을 줄인 것으로 안다. 물량이 줄면 그만큼 매출 상승에도 한계가 발생한다”면서 “결국 외형 매출이 줄고 수익까지 줄 경우 주가하락 등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년 대비 주가 반 토박, 불경기에 타격
실제 최근에 엘지패션의 주가 변동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동일 시점 대비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해 8월 5만원대 하던 주가가 최근에는 2만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인터스포츠만 보더라도 서울 구로점 1개 점포에서만 50억원 이상 적자가 발생했었고 서울 문정점은 임차 보증금만 10억원, 인테리어에 2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두 매장은 초라한 매출 발생으로 모두 정리했다. 문정점은 손해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지해 현금을 확보했고, 구로점은 패션 아웃렛 매장으로 리뉴얼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 문정동의 또 다른 직영점인 LG 패션 종합관에는 보증금만 110억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잠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지패션 임원으로 퇴사한 A 씨는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갈 때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던 회사가 1년 뒤, 2011년에서 2012년으로 넘어 갈 때는 300억원 대의 현금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는 2011년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고 이로 인한 자금 회수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매출 하락이 이어지면서 현금이 바닥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엘지패션은 생산 및 재고 비용·부동산 임차 비용 등으로 약 1500억원의 현금이 시장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호경기 때에는 문제되지 않지만 불경기 때에는 자산 가치 하락과 부동산 거래 중단 사태가 나타나면서 문제점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 해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잘 나가던 기업이 한 순간에 문을 닫는 것처럼 엘지패션에도 동일한 사건이 일어 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에 최근 엘지패션은 다방면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우선 엘지패션은 부동산에 묶인 자금 회수를 위해 직영 점포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다. 또한 엘지패션은 핵심 브랜드인 닥스?헤지스를 지금까지 10%~20%가 최대 할인율이었다면 최근에는 30~60%대까지 파격적인 할인을 펼쳐 매출을 끌어 올리고 있다. 나아가 재고 처분, 직원 고정비 절감 및 생산 투입 물량을 줄이는 등 비용 최소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엘지패션의 구본걸 회장은 미국 와튼 스쿨에서 MBA를 마쳤고 엘지증권에서 기업 투자 실무 경험을 쌓는 등 글로벌 경기 및 국내 경기에 대해 매우 밝은 편이다. 따라서 이번 비상 경영 체제 조치는 올해와 내년에 경기가 좋지 않을 것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에 나선 현명한 판단”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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