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트숍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 대표(43) 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신입으로 뽑아서 3년 넘도록 공들여 키운 직원이 급작스레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신규 셀렉트숍을 준비하고 있는 패션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받는 급여보다 2배에 가까운 연봉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박 대표는 속은 쓰리지만 별 도리 없이 직원을 보냈다.
리테일 MD 쟁탈전이 치열하다. 패션 리테일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브랜드 선정과 상품 바잉을 담당하는 리테일MD 전문 인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소규모 셀렉트숍부터 패션기업,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 너나할 것 없이 셀렉트숍 형태의 비즈니스를 접목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전문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업체간 경쟁은 혈투를 방불케 한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사업부 세팅에 들어가는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 좀 한다’는 리테일 MD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경력 3~5년차의 수요가 가장 많고 팀장급도 수시로 채용 공고가 올라온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로 이직한 김모 대리(27)는 “리테일 MD로 직장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덕에 3년 만에 대기업 입사 기회가 생기게 됐다”면서 “연봉도 2400만원에서 3800만원으로 올랐고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 주변에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최근 2~3년 사이 리테일 MD 급여 수준이 20~30% 정도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리테일 MD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패션 전문 교육기관들도 앞다퉈 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현재 한국패션협회, 세종대학교 글로벌지식교육원, MD아카데미 등이 정규 과정으로 리테일MD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재를 수급하는 주된 타깃이 대부분 소규모 업체라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스트리트 셀렉트숍 ‘카시나’의 이은혁 사장은 “리테일 MD 뿐만 아니라 판매사원, 영업담당자 등 전 분야에서 전문 인력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들이 먼저 인재를 빼가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업계 공동의 전문 인력 교육 과정 확충을 주도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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