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이 여름 정기세일을 무려 한 달동안 실시하는 고육책을 들고 나왔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가 이달 말까지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선다. 예년까지 평균적으로 17일 내외로 세일 기간을 잡아왔던 반면 매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세일 기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위기 의식이 고조되면서 지금까지 세일에 참여하지 않았던 입점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세일에 동참하고 나섰다. 재고 부담을 최소화해서 현금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세일 초반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면서 장기 세일이라는 ‘약발’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상 초유의 세일 기간, 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매출 감소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었다는 2010년에도 12.6%, 작년에는 11.1%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백화점 3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올 1분기 2조233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에 비해 0.8% 신장하는 데 그쳤다(2011년 1분기 2조71억원). 신세계백화점도 작년 1분기 359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올해는 3680억원으로 2.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이 3478억원에 3909억원으로(12.39%) 두 자릿수 신장세를 유지했다.
3사 평균을 나눠도 지난해 연간 성장률의 절반이 채 안되는 5.18% 수준이다. 여기에 신규 출점으로 인한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부문별로 나눠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백화점 주요 상품군별 매출 증감률 추이를 살펴보면, 잡화가 -2.2%, 여성정장 -4.7%, 여성캐주얼 -1.7%, 남성의류 -3%를 기록했다. 아동·스포츠가 5.9%, 명품이 3.9%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해도 평균은 -1.8% 수준이다.
단지 경기 침체 때문일까?
백화점 업계의 올 상반기 경영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악이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업계가 더욱 긴장하는 것은 매출에서 절반 가까운 비중(43.8%)을 차지하는 잡화(20.2%), 여성캐주얼(13.2%), 여성 정장(10.4%) 부문이 매출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는 역시 세계 경기 침체가 꼽힌다. 유럽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어 세계적으로 경기가 위축됐다는 이유다.
그러나 경기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성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고 셀렉트숍 등 리테일 비즈니스 역시 확산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제 때 대응하지 못한 백화점 업계가 경기 위축이라는 위기가 닥치자 한계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장기 세일 실효성, 글쎄…
세일 첫 사흘간의 매출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면서 패션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 2.2%, 신세계백화점 2.1%, 현대백화점이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상 세일 첫날인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의 실적이 전체 세일기간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 미루어 봤을 때 이번 세일 역시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하지만 각 백화점들은 예년에 비해 기간이 길어진 만큼 구매 분산효과가 있고 여름 휴가 시즌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적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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