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 홀세일 브랜드들에 대한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가운데 동일 브랜드를 두 업체에서 동시에 공급(디스트리뷰션)하는 경우가 생겨 혼란을 빚고 있다.
최근 프랑스 가방브랜드 ‘C’를 전개하는 K기업은 프랑스 본사로부터 ‘이번 시즌부터 한국 내에 또 다른 디스트리뷰터와 계약을 맺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존 K기업은 ‘C’브랜드의 전체 라인을 전개하고 신규 디스트리뷰터는 일부 라인을 전개한다는 내용이었다. 2년 동안 브랜드 인지도 확산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온 K기업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지만 계약서 상에 독점권을 갖는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영토가 넓은 국가의 경우 독점 판매권(익스클루시브)을 주지 않고 지역별로 별도의 디스트리뷰터와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 특성상 대다수 브랜드가 독점 계약을 체결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 한국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한 해외 공급자들이 독점 계약을 피하고 다중 계약을 맺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브랜드 ‘F’의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다. 전세계적인 유명세에 비해 지난해까지 국내 디스트리뷰터가 없던 이 브랜드는 올해 2개 기업에게 동시에 전개권을 주고 일종의 ‘테스트’를 하고 있다.
두 업체 가운데 실적이 좋은 회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때문에 본사에 그럴듯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두 업체가 경쟁을 하면서 한 셀렉트숍과 동시에 입점을 상담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신발 브랜드 ‘P’의 경우는 국내 중소기업 4~5개가 전개권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 대기업이 막판에 뛰어들어 낚아 챈 경우.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소규모 기업들은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에 밀려 낭패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적인 질서 유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대표는 “홀세일 유통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국내 시장 상황상 해외 브랜드들이 협상 주도권을 갖게 되고 결국 국내 기업들끼리 자중지란에 빠진다면 이제 막 성장의 발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홀세일 유통 시스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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