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이하 인디스)들에게 2012년은 브랜드의 존폐 여부를 고민해야 할만큼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탁 중심 유통 구조로 인한 자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몇몇 셀렉트 숍에서는 사입을 하면서도 낮은 마진을 요구하고 있어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론칭 3년째를 맞이한 여성복 디자이너A 씨는“2012년이 고비”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초기에는 여유 자본금이 있었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자금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유통망은 계속 늘어나는데 자금 운용은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은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론칭 2~3년 차에 접어든 다른 인디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디스가 자금난을 겪는 원인으로 위탁 중심의 유통 구조를 꼽는다. 소규모로 상품을 생산하는 인디스에게 있어 위탁제는 상품 관리나 대금 결제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은 형태라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여성복 디자이너 B 씨는 최근 제2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했다. 지난 시즌 생산했던 상품은 창고에 재고로 쌓여있고, 판매 대금은 익월 결제 원칙 때문에 입금이 더디기 때문이다.
“위탁은 기본적으로 상품의 소유권이 입점 업체에 있으므로 매장에서는 상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진열용은 샘플 세일도 할 수 없을 만큼 손상도가 심하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고스란히 디자이너가 떠안아야 한다. 또 지난달 판매 대금은 익월 말경에 입금이 되는데, 그 날짜만을 기다리다가는 다음 시즌 준비 시기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대출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털어놨다.
고가 컬렉션 라인과 저가 세컨드 라인 두 개를 가지고 있는 여성복 디자이너 C 씨는 오는 3월부터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최대한 지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겨울 시즌 판매율이 부진한데다 1월에는 비효율 유통망을 정리하는 바람에 3월에 들어올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C 씨는 “3월은 ‘고난주간’이다. 올 겨울 시즌에 날씨 등 변수로 인해 아우터류 판매가 저조했고, 유통망 수도 작아졌기 때문에 3월 수입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여름 시즌까지 버티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다음 시즌을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셀렉트 숍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사입을 하는 곳도 생기기 시작했으나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남성복 디자이너 D 씨는 “사입이라고 해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얘기를 해보니 마진을 턱없이 낮게 요구하고, 결제도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어음으로 주겠다고 해서 포기했다”면서 “소규모 인디 디자이너들에게 기존 프랜차이즈 방식의 어음 결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인디스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로서의 역량을 키워주는 유통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유통 업체는 인지도가 낮은 인디스를 위탁으로 입점시키기 보다 의류 디자인 자체를 사입해 자체 생산망을 통해 대량 생산하고 단가를 낮추어 마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셀렉트 숍 관계자는 “최근 여성 캐주얼 인디 디자이너 한 명과 사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디자인 하나 하나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함으로써 인디 디자이너들은 목돈을 마련할 수 있고, 유통 업체는 물량과 마진을 조절할 수 있어 양측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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