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의 다른 이름은 삼무도다. 예로부터 근면·절약·상부상조를 최고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도둑, 거지, 대문이 없는 섬이라는 뜻이다. 패션업계에도 제주도처럼 세 가지가 없는 회사가 있다. 바로 여성 영 캐주얼 「jnB」를 전개하고 있는 태창플러스다. 우선 이 회사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매출 목표가 없다. 게다가 대표 이사도 없고 한창 근무해야 할 낮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들도 많지 않다. 과연 회사가 운영이 되기는 하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없으면 일하지 마라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사원이네요?”
마포구 연남로에 있는 태창플러스 본사 회의실. 정일윤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분명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사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의아해하던 기자가 묻자 그는 “하하. 네. 제가 「jnB」 대표사원 정일윤입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스스로를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사원이라 지칭하는 그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노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1박 2일 워크숍을 가서도 일에 관련된 것은 1~2시간 안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등산을 하거나 스키를 타면서 노는데 보낸다.
“이상하게 아무리 좋아하는 거라도 일이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재미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논다는 뜻은 아니다. 「jnB」에게 재미란 자기계발을 즐기고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며 패션을 통해 고객과 재미를 공유하는 일이다.”
「jnB」 직원들은 년차별 극기교육을 통해 재미를 만든다. 년차별 극기교육은 3개월차 신입사원부터 8년차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3개월차 핵심인재 의식고도화 훈련, 1년차 일본미션여행, 2년차 지리산종주, 3년차 홍콩미션여행, 4년차 설악산 종주, 5년차 중국미션여행, 6년차 국토대장정I, 7년차 유럽미션여행, 8년차 국토대장정II 등 육체적, 정신적으로는 힘들지만 여행을 통해 내면의 새로운 전환점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태창플러스는 재미있는 기업 문화를 구축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매출 목표를 명시하지 않는다. 목표치가 있으면 달성이야 하겠지만 그 이면은 결국 허울뿐인 ‘빛 좋은 개살구’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매출 목표를 정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BC팀 본부장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목표 설정과 달성하기를 반복하다가 종국에는 과연 어떤 목표를 세울거냐고. 중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직원들이 오랫동안 재미를 느끼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 대표는 직원 개개인이 자기계발을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외부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다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서다.
“직원이 60명 정도 되는데 아마 이 중 5%는 밖에서 공부하고 있을 거다. 사내교육은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재미를 만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패션업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회사가 되지 않을까? 2020년에는 그렇게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상식을 실천에 옮기면 그것이 곧 비범함
태창플러스의 기업 모토는 ‘상식을 실천에 옮기면 그것이 곧 비범함’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사니까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즉 상식을 실천하기만 해도 비범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상식에 입각해 생각하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한다. 1999년 회사가 설립되고 2001년 「jnB」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패션 기업들처럼 디자인팀을 니트, 우븐 등으로 세분화하지 않았다. 상품기획팀이라는 이름 하에 업무의 구분 없이 개별 디자이너가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하도록 했다. 분야별 업무 분담은 회사 입장에서는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어서 좋을지 모르나 디자이너 개개인에게는 역량을 키우는데 한계가 될 수 있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jnB」에서는 영업팀도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영업 사원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팀(이하 BC팀)’이다. 자동차나 보험 등 다른 업계 영업 사원들은 늘 웃는 얼굴에 후덕하고 편안한 인상이 기본인데, 패션업계 영업 사원은 매니저나 바이어에게 인상만 쓰고 상품 배분까지 하는 게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직원들 간에 경쟁도 지양한다. 개별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팀워크를 강조하는 것이다. 일례로 상품기획팀 직원들은 자신의 디자인이 상품이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1인당 5~10개의 디자인을 먼저 배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면 디자이너들은 15개 혹은 20개 디자인을 내놓는다. 누구의 디자인이 선택될까 눈치보고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까 오직 내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서로 숨김없이 정보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보는 잡지도 안 보여주려고 한다더라. 그런데 경쟁체제를 없애니 그런 것부터 없어졌다. 사실 우리회사가 좀 유별나 보일 수도 있는데 그냥 ‘패션회사는 이래야 되는 거 아니야?’ 정도의 상식만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한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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